지난 2012년 대전문화재단이 진행한 찾아가는 문화공연 모습/대전문화재단 제공 |
문화재단은 그동안 정부가 직접 그림, 창극, 오페라, 발레, 오케스트라 같은 고급예술을 국민에게 보급하는 문화의 민주화에서 소수 상류계층의 전유물이던 고급예술을 가능한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확대한 '문화민주주의' 개념이 확산하면서 설립된 단체다.
정부 주도의 문화 정책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위해 문화 정책이 집행되는 것과 같이 지방자치단체도 지자체 주도의 문화 정책에서 민간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재단을 설립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들어 광역자치단체에 이어 기초자치단체들의 문화재단 설립이 속속 검토 중이다.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의 광역문화재단은 17개, 기초문화재단은 102개에 달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전에서도 기초자치구들의 기초문화재단 설립 붐이 빠르게 일고 있다.
▲대전 자치구들 '기초문화재단' 설립 잰걸음=가장 빠르게 문화재단을 설립한 기초자치단체는 대덕구다.
대덕구는 10월 공식 출범과 함께 같은 달 15일 첫 포럼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대덕의 문화예술로 새로운 길을 열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대덕구민과 예술가, 문화행정가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덕문화관광재단의 방향성과 대덕문화원, 복합문화센터, 유관기관, 청년예술가 등 상생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나머지 4개 자치구도 기초문화재단 설립을 검토 중이다.
동구는 지난 11일 제72차 동구포럼을 열고 동구문화재단 설립 방향을 논의했다. 문체부의 '문화도시 조성사업'에서 지난 2년간 고배를 마신 동구는 대청호와 이사동 마을 등 동구의 역사·관광자원 활용을 위한 기초문화재단 설립을 인지하고 지난해 재단 설립 관련 타당성 조사를 끝마쳤다.
유성구도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비를 세우는 등 기초 문화재단 설립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8월 문화재단 설립 관련 기본방침을 수립한 이후 9월 대전시와의 1차 협의를 완료, 올해 안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대전 서구 역시 지난 2월 서구문화재단 설립 필요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고 차별화된 지역만의 정체성을 논의하는 등 문화재단 설립에 청신호가 켜졌다.
▲우리 문화, 우리 손으로=광역문화재단에 이어 기초문화재단이 속속 설립하고 있는 것은 문화도시가 지속 가능한 사회와 함께 21세기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경쟁력만으로 수조 원대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실제로 K팝의 선봉장인 BTS는 매년 5조 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컬쳐 인기와 함께 관련 산업도 나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류 문화 수출이 100달러 증가할 때마다 화장품이나 식품 등 소비재 수출은 250달러가 증가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문화재단은 자치단체 주도의 문화정책이 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이 향유할 문화를 설계하고 소수의 고급문화가 아닌, 보편적인 생활문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풀뿌리 지방자치제와 맥을 같이 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의 1순위 조건인 '팔길이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같은 기초자치단체가 행정기관에 종속되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지만, 여전히 자치단체장들의 선거 전리품으로 이용되고 있는 점이다.
상당수 광역문화재단이 자치단체장의 선거 공신이나 정치적 관계가 있는 비전문가가 선임되면서 그동안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왔다. 대전에서 최초로 설립한 대덕구 역시 재단 대표 임명을 둘러싸고 시비가 일기도 했다.
문화계 관계자는 "문화·예술·관광과 관련한 국가 공모사업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주민들의 수요도 늘고 있어 기초문화재단 설립은 앞으로도 활발히 추진 될 것"이라며 "문화재단이 단순히 선거 공신의 자리 늘리기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생활문화 정착이라는 원론적 목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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