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생의 시네레터] 기억하는 것에 대하여 '1984 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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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의 시네레터] 기억하는 것에 대하여 '1984 최동원'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11-18 16:10
  • 신문게재 2021-11-19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는 야구장을 서서히 보여줍니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이 떠난 뒤에도 장소는 남아 그 시절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합니다. 구도(球都) 부산의 사나이, 롯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이 거기 다시 소환됩니다. 그라운드의 가장 높은 곳 마운드에 우뚝 서서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역동적인 폼으로 강한 직구,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를 던지던 그를 만납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얼마나 주관적이고 정서적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객관적 진실을 통한 깨달음이 아니라 한 사람에 대한 뜨거운 기억과 끓어오르는 그리움의 헌사를 통해 관객들의 가슴을 흔듭니다. 그 시절 한국 시리즈의 한 경기, 한 경기 영상은 텔레비전 중계 화면입니다. 오래된 VHS 테이프로 재생된 장면들은 1984년 사람들과 야구를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중심은 오히려 그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에 있습니다. 클로즈업으로 그리고 때로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김시진, 김용희, 김용철, 한문연, 강병철 등의 인터뷰가 보여질 때 그들의 눈가에, 목소리에 어리는 진한 감정은 관객들을 정서적으로 잡아챕니다.

용맹무쌍한 영웅은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떠난 지 10년 그는 기억 속에 살아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은 최동원의 어머니가 경기를 하는 아들을 바라보던 때를 회상하는 장면입니다. 팀 전체를 짊어지고 한계를 넘은 투구를 하며 숨을 몰아쉬는 아들의 입가가 돌아가는 것을 본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말할 때 어머니도, 아들도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아쉽게도 이 영화의 곡진한 정서적 태도는 이 시대의 것이 아닙니다. 지나버린 시절의 안타까운 자취입니다. 더 이상 최동원 같은 투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고, 나와서도 안 될 겁니다. 뛰어난 운동 능력과 철저한 자기 관리야 오늘날에도 유효하지만 일곱 경기 중 다섯 경기에 나와 그 중에 네 경기를 완투한 것은 칭송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영웅시되어서도 안 됩니다. 이런 점에서 영화가 비장하게 기리는 희생적 영웅으로서의 최동원이 정서적 몰입과 여운의 자극에 머문 것은 유감입니다. 인물과 함께 시대를 성찰했더라면 감동과 깨달음의 균형을 통해 더 높은 성취에 이르렀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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