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 ?(쭉쭉빨 줄), 啄(쪼을 탁), 同(한 가지 동/ 같을 동), 時(때 시)로 구성된다.
출처 : 송(宋)나라 공안(公案)의 화두로 벽암록(碧巖錄)에 기록되어 있다.
비유 : 가장 이상적인 사제지간이나 또는 서로 합심하여 일이 잘 이루어짐을 비유
어미닭이 정성껏 품은 알은 21일쯤 되면 알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탁, 탁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오려는 신호를 한다. 병아리는 알 속에서 나름대로 밖으로 나올 껍데기의 쪼을 지점을 정해 쪼기 시작하나 힘이 부친다. 이때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 준다. 그리하여 병아리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쉽게 나오게 된다. 병아리가 안에서 쭉쭉 빠는 것을 [?/줄] 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쪼아 주는 것을 [啄/탁]이라 한다.
알 속의 병아리가 하는짓은 미성숙자가 스스로 동기유발에 의해 행하는 행동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뜻이 포함되고, 어미닭이 돕는 행위는 성숙(成熟)자가 도와주는 행동의 뜻이 된다.
학습원리가 바로 줄탁동시[?啄同時]같은 상황이어야 학습의 효과 최대화된다는 원리가 담겨있다.
중국 송(宋)나라 시대 총 열권으로 구성되어 있던 불교서적인 [벽암록]에 기록되어 있었던 이 고사성어의 참 뜻은, 삶의 여러 분야에 전부 적용이 될 수 있는 상징성 의미가 매우 깊다.
어미닭이 알을 품어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기간은 21일쯤 된다. 자나 깨나 알을 품고 있는 어미닭에게 18일쯤의 시간이 지나면 알속의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반응을 시작한다. 이때 어미닭은 알속의 병아리가 알의 막(膜)을 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 부리로 알을 깨는 일을 동시에 도와준다(啄).이 시기에 병아리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안의 껍데기를 깨지 않으면 어미닭 역시 밖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마치 사자가 절벽에서 새끼를 떨어뜨려 혼신을 다하여 올라오는 새끼만을 기르듯, 어미닭 역시 험한 세상을 스스로 살아가야 된다는 신념을 출발부터 길러주는 것이다.
실제로 병아리가 부화되는 부화장에서는 인공부화를 하기도 하지만 알속의 병아리가 보인다고 사람이 껍데기를 깨주면, 이런 병아리는 결코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한다. 어미닭 역시 그런 자연의 이치를 알아서 병아리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도록 밖에서 약간의 도움만을 줄 뿐인 것이다.
내면적인 본래의 뜻은 위와 비슷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아보자.
학습의욕에 차있는 제자들의 절규에 찬 애탄 목소리(?)를 듣거나 그 태도를 보고, 지도자인 스승이나 학부모가 성의를 다해 가르치는(啄) 행위가 동시(同時)에 이루어 졌을 때 교육이 성공할 수 있음을 뜻하고 있다.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키운다'라는 뜻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이 있다. 예기 학기편(禮記 學記篇)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學然後知不足 敎然後知困(학연후지부족 교연후지곤)
知不足然後能自反也 知困然後能自强也(지부족연후능자반야 지곤연후능자강야)
故曰敎學相長也 (고왈교학상장야)"
사람이 배우고 나서야 부족함을 알게 되고, 가르쳐보고 나서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게 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나면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어려움을 안 후에야 스스로 강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르침과 배움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사람은 배울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세상의 티끌 정도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지를 느낄 수 있다. 교학상장은 스승과 제자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러기에 서경(書痙)의 열명(說命)편에서도 '남을 가르치는 일은 자기 학업의 반을 차지한다.'는 '유효학반(惟斅學反)'을 강조했던 것이다.
줄탁동시는 교육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가르침이자 교훈이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夫婦)가 줄탁동시 할 때 이루어지고, 훌륭한 인재는 사제(師弟)가 줄탁동시 할 때 탄생하며, 기업은 노사(勞使)가 줄탁동시 할 때 가능한 것이다. 또한, 국가의 번영이나 국제관계에도 줄탁동시의 이치를 공유하고 함께 노력할 때 '성공(成功)'이라는 열매가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줄탁동시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먼저 변화하기'이다. 이는 상대로부터 응답이라는 선물을 받으려면 고뇌와 헌신이 듬뿍 담긴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기뻐할 일을 만들어 내야 한다. 가정이라면 배우자가 기뻐할 일을 준비하여야 하고, 기업이라면 새로운 혁신 가치를 먼저 만들어 내야 시장의 열망이 따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청(傾聽)이다. 어미 닭이 병아리가 부화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알려면, 어느 부위를 두드릴 것인지를 먼저 신호를 잘 듣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병아리에게 절호의 도움을 줄 수가 있고, 함께 기쁨을 만들 수 있다. 가족의 소리, 고객의 소리, 국민의 소리를 신중하게 경청하지 않으면 성취(成就)란 없다.
세 번째는 적시(適時)이다. 아무리 좋은 변화와 혁신이라도 상대방이 갈망하고 있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이른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일은 낭패(狼狽)를 본다.
네 번째는「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다.
가정에서는 부부와 자녀가 서로를 잘 도우는 데서 가정의 화평이 이루어지고, 사회에서는 시민의 목소리와 공무원의 봉사정신이 합일(合一)될 때 화합이 이룩된다.
국가는 국민의 열화와 같은 외침의 소리를 적절히 알아듣는 훌륭한 국가지도자의 합당한 대책이 동시(同時)에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큰 나라로 발전할 수 있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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