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순 세종경제혁신센터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창업기획자가 발굴한 우수 스타트업이 투자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상문 기자 |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존 수도권 중심의 창업생태계를 바꿔 지역마다 혁신창업 기지를 만들어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내세웠던 '창조경제'가 붙은 조직은 대부분 현 정권에서 사라졌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만큼 지역사회 혁신창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2015년 첫 문을 연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세종 지역 혁신창업 허브로 지속 가능한 성장 원동력인 창업가를 발굴·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1년 6개월 가량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철순 센터장을 만나 소회와 계획을 들어봤다.
-취임한 지 2년 차를 맞았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다.
▲세종시가 출범한 지 10년이 된다. 그동안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일단락되고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 확정되는 등 행정도시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산업 쪽으로는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국회 세종의사당까지 건립되는 만큼 도시 어젠다에서 산업 발전을 고민해야 한다. 창업 문화 확산에 주력해 왔고, 그 과정에서 세종의 로컬크리에이터와 콘텐츠 발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세종시가 발전을 하려면 현재의 프로세스로는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미국이나 로마가 발전한 데는 이민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도시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도시민을 끌어들이는 정책과 배려가 필요하다. 규제기관이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에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세종의 창업생태계 조성에 역할을 하겠다.
- 세종시가 출범 10년 차로 가는 중이다. 세종시의 창업생태계 현황은.
▲정부행정기관이 이전하고 행정중심복합 도시로 조성되면서 도시 전체 인프라에도 많은 성장이 있었다. 창업과 창업지원에 있어 도시 인프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세종 관내에는 세종창업키움센터, 세종창업빌, 다정동 청년센터 등 공간 인프라가 구축되었고, 이 밖에도 각종 창업지원시설이 마련돼 있다. 또한, 계획도시로서 세종시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되어 스마트시티 관련 고도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며, 관련 기술 유망 스타트업을 지속 배출하고 있다. 세종시가 조치원을 중심으로 하는 원도심과 신도심이 공존하는 도농복합도시라는 특성은 스마트팜 관련 스타트업과 지역기반 혁신창업가, 로컬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발굴·지원되는 기반이기도 하다. 여기에 내년도부터 투자생태계 조성과 지역 내 투자역량 강화 역시 창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쓰고자 한다. 그동간 관내 기관 및 투자사와의 협업체계 구축을 통해 크라우드펀딩, 파이낸셜데이 등을 운영하며 스타트업의 판로개척을 지원해왔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자금 조달을 위한 투자생태계 구축에 무게를 둘 예정이다. 이처럼 '창업하기 좋은 도시, 세종'이라는 비전의 실현을 위해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팜, 로컬크리에이터,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생태계가 체계적으로 가꾸어지는 중이다.
-세종시만이 만들어 갈 수 있는 혁신의 모델이 있다면.
▲세종시는 도시의 이름에서부터 세종대왕의 혁신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종대왕은 농업중심 사회 조선에서 혁신 기술을 활용해 생산력을 높이고 백성의 굶주림을 해결했다. 농사직설을 편찬하여 조선 풍토에 맞는 농법을 소개했고 이를 지방 권농관의 지침서로 삼아 백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또한 세종대왕은 혁신적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장영실을 등용해 물시계인 자격루, 해시계 앙부일구, 천체관측 기계 간의 등 농업발전을 위한 혁신기술을 만들고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선시대에는 농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다고 한다면, 현대에는 디지털 기술이 곧 중요산업이자 미래의 먹거리가 됐다. 세종시와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세종대왕의 본보기를 따라 세종시의 2030 5대 미래먹거리 산업인 스마트그린융합부품·소재, 미래차 모빌리티, 바이오헬스, 실감형 콘텐츠, 스마트시티를 중심으로 혁신 기술 스타트업을 집중 발굴 및 육성하여 혁신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또한, 세종은 잘 교육받은 공무원 사회다. 이를 활용한 지식 산업이 필요하다. 은퇴 공무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활동이 필요하다. 주변 백제문화권과 금강유역을 활용한 관광자원화나,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에 따른 마이스산업도 가능성이 높다.
- 세종시가 지닌 도시의 고유 특성을 바탕으로 창업 생태계에서는 어떤 모습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오스트레일리아의 수도 캔버라도 행정도시로 계획되었기에, 세종시가 처음 출범할 때도 캔버라에 대한 이야기가 무궁하게 등장했다. 캔버라는 무려 70년에 거쳐서 도시 건설을 완성했다. 세종시는 현재 주요 정부부처 이전이 거의 완료되었고, 지난 9월 국회의 세종 이전이 확정됐다. 캔버라가 갖추어져 가던 과정과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세종시가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서의 기회도 제공한다는 점이다. 책임도 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 인프라 구축 전반에 걸쳐 신기술이 요구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또한, 연합캠퍼스의 등장은 산업과 기술, 행정이 융합된 전문가들을 양성해, 새로운 산업을 이끄는 경제주체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도시 정비 과정이 지속되며 새로움이 일상적인 도시인만큼, 스타트업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무대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기발한 발상과 기술력이 도시의 면모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사진=이상문 기자 |
▲ 새로운 시각과 움직임은 혁신에 가장 필수요소이다. 외부인의 낯선 시각은 세종의 도시체제 정비에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며 기회를 열 것이다. 우리 센터는 그들의 정착을 돕고, 지역과 발상의 가운데서 조율하며, 옳은 방향이 되도록 하는 길잡이 역할이다. 또한, 지역 내에도 많은 혁신가가 활약하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지역 색깔을 살려 지역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바이오 등 주력 분야에서 우수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발굴되는 중이다. 우리 센터는 세종에서 비즈니스 아이템을 찾는 프로젝트팀이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 7년간 창업기업과 함께 성장해왔다면, 지금부터는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성과를 발굴해야 한다. 그동안 센터가 액셀러레이터로서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화가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왔다면, 내년부터는 투자 분야 활성화를 통해 기업의 실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세종지역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서 세종시의 비전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남은 임기, 개인적인 목표와 포부가 있다면.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남은 임기 동안 지역 투자 생태계 조성을 하고 싶다. 지역 창업기획자가 발굴한 우수 스타트업이 투자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투자는 결국 교류에서 이뤄진다. 세종에 스타트업과 창업기획자, 창업투자사가 함께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그래야 우수한 창업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종이라는 도시 매력에 흠뻑 빠졌다. 아내를 설득해 금강 유역에 집을 짓고 세종에서 살고 싶다.
대담=고미선 세종본부장·정리=이상문 기자
●박철순 센터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3년 SK텔레콤에 입사 후 리더십프로그램 팀장, 신규사업개발 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25년간 근무. 통합 전자결제서비스 업체인 'KG모빌리언스' 대표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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