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인권의 평화공원을 위해선-각계 목소리
지난 2일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발굴 유해 안치식에서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2024년 완성될 산내 평화공원 (가칭)진실과 화해의 숲에 이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전시공간의 역할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을 전했다.
전 회장은 "미래세대가 기억할 수 있는 전시와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유족들을 위한 트라우마 센터나 공간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비극을 알리는 동시에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평화공원으로 탄생·자리잡기 위해선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평화공원의 핵심은 높은 위령·추모탑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고 교육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한 가운데 전시 콘텐츠와 방향에 대한 많은 고민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홀로코스트 기념관 등 기념 문화를 주로 연구하는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산내 평화공원 내 전시 공간의 성패가 '이야기의 확보와 재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최 교수는 "다양한 방문객이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 이 방문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희생자의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하지 못하면 전시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내 사례를 거론하며) 기념의 실패는 서툰 재현의 기법 때문이 아니라 스토리 발굴이 실패했기 때문에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골령골에서 많은 유해가 발굴되는 중이지만 이러한 유해를 전시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다. 최 교수는 "처참한 죽음의 사실적 재현은 사건과 무관한 사람에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공감되기 어렵다"며 "될 수 있는 대로 능력 있는 예술가들이 참여하고 아동심리학자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앞서 국내 조성된 국가폭력 관련 시설이 홀로코스트를 모방하는 것을 지적하며 사건 전개 양상의 차이와 전시 선호 경향 등을 이유로 차이를 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금은 충분한 준비시간의 확보와 개관 준비를 위한 워킹그룹의 구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충실한 준비와 공론화 과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이 산내 평화공원이 조성될 골령골에 이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
조성 이후 시설을 운영할 주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관'보다는 '민' 또는 '민·관'이 운영해야 탄력성 있는 운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주체를 누구로 둘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주체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공무원이 하면 경직되고 박제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후 관리와 경영을 누가 하느냐도 매우 중요한데 민관이 합동 기구를 만들어 경직되지 않게 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 이사장은 원활한 평화공원 조성을 위해선 내년도 지방선거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조언하기도 했다. 평화공원 운영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지원할 수 있는 대전시장·동구청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양 이사장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에 산내 평화공원에 대한 적극적 지원에 대한 공약을 요구하는 등 내년도 선거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도 있다"며 "행정은 가만히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데 시민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끝> 임효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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