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닭치고 서울대 - 전공적합성 공부로 진로 찾은 아이들](저자 봉쌤 & 발간 이야기공간)의 저자는 고단한 아버지를 돕고자 경비 초소를 자주 나오는 가연이를 가르치게 된다.
덕분에 가연이는 대전보건대 물리치료학과에 합격했다.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모세의 기적'이라고 소제목을 뽑았다. 모세의 기적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약속의 땅으로 가던 중, 그들의 신 여호와가 홍해 바다를 가른 사건을 말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치환했을 때 쉬이 인용한다. 이 책은 『닭치고 서울대』라는 기이한 책 제목처럼 보통의 책과 다르다. 여기에서 강조코자 하는 키워드는 '서울대'가 아니라 '닭치고'이다.
자신감이 없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학생이 닭을 키우면서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중3짜리 아이가 닭을 키우면서 느꼈던 관계, 배려, 존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은 전공 적합성 공부를 해나가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 뽕샘(이봉선)은 교육법인 일취월장 대표이사이자 일취월장 국어논술학원 법인대표 원장이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2만 5,000여 명의 수험생에게 '내려치기 공부'를 가르쳐 왔다.
그동안 수험생들의 개성과 성향에 맞춘 다양한 공부 방법과 입시 전략을 콕콕 짚어 준 덕분에 서울대 367명, 고려대 681명, 연세대 574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의대(치대, 한의대, 수의대 포함)에 보낸 학생도 7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국내 교육대 누적 합격생은 600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저자의 실력은 그야말로 '신의 경지'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부분만을 본다면 '저자는 금수저 출신?'이라며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평생을 농사만 짓다가 도시 변두리로 올라온 아버지는 항상 술만 마시며 살았다. 아버지가 무서웠다."(P.169) 오죽했으면 "<신밧드의 모험>에 나오는 양탄자를 타고 아버지가 없는 세상으로 가서 살고 싶었다"고까지 했을까.
이 부분에서 나는 더욱 크게 공감했다. '가난한 집 족보 자랑하기다'라는 속담이 있다. 가난뱅이 양반은 자신을 자랑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자기의 조상 자랑만 늘어놓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는 조상 자랑조차 할 게 없다. 지천명도 채우지 못하고 타계한 선친 역시 평생 술로 사셨다. 바늘 하나 꽂을 땅은커녕 빚만 남기고 눈을 감으셨다. 아버지가 무섭고 싫어서 가출도 참 많이 했다.
그러나 매번 집으로 돌아온 것은, '나마저 아버지를 버리면 과연 누가 아버지를 건사할 것인가!'라는 당연한 의문과 명제의 그물이 포박한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러한 허투루 효심(孝心) 덕분이었을까…….
하늘까지 도왔는지 사랑하는 내 딸은 서울대를 갔다. 그것도 사교육 한번 안 받고도. 그야말로 경비원 딸이 이룬 어떤 '모세의 기적'이었다. 그러한 것들이 모티프가 되어 나는 네 권의 저서를 발간한 작가가 되었다.
나는 20년 전부터 습관이 하나 있다. 새벽이면 일어나 글을 쓰는 것이다. 이러한 좋은 습관은 궁극적으로 치매를 예방한다고 믿고 있다. 내가 나를 못 믿으면 누구라서 나를 믿겠는가? 비록 맹신(盲信)일지라도 나는 이를 줄기차게 믿을 것이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