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홀로코스트를 기억·교육하는 독일의 자세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 |
오늘날의 독일은 이러한 학살의 역사를 뼈아프게 반성하며 도시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겨 놓았다. 기자가 지난달 25일부터 나흘간 머문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홀로코스트의 비극이 도시 전역에 기록돼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성은 도심 한가운데 조성된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이다. 0.9m×2.35m의 모두 다른 높낮이를 한 비석 모양 콘크리트 조형물 2711개가 브란덴부르크 문 남쪽 인근 1만 9000여㎡ 면적에 설치돼 있다.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의 설계로 조성된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인 추모 시설이다. 2005년 설치를 마쳤지만 이 공간에 유대인을 위한 추모시설 조성을 검토한 건 독일이 통일을 이루기 전인 1988년도부터 이뤄졌다.
조형물 안으로 들어갈수록 높이가 커지는 구조. |
이곳에서 만난 얀 에베어트(Jan Ewert) 씨는 "베를린에 있는 친구를 보러 왔다 이곳에 들렀다"며 "무엇으로 이뤄진 시간들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자동적으로 숙연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베를린에 위치한 이런 장소들에선 현장 수업 나온 교사와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교사는 차분하게 홀로코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들 대부분은 그 이야기를 집중해 듣는 모습이다. 독일에서 어린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거주 중인 한 한국인은 "자녀가 학교에서 배웠다며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 과거 독일이 저지른 일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한다"며 "있는 그대로 국가적 사실을 미래세대에 알리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 교육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를린 시민 하럴드 에르멜(Harald Ermel) 씨는 "과거를 잊지 않는 것과 나치 통치 시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배워 이 같은 과정이 시작할 조짐이 보일 때 깨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교육물과 기념물, 연구는 역사의 진실을 유지하고 과거의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곳 지하에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사실적 기록이 상세하게 전시된 공간도 있다. 지상에 있는 조형물이 추상적이라면 지하의 공간은 유럽 각지에서 수집한 나라별 유대인 학살에 대한 기록이 구체적으로 전시돼 있다.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 지하 전시 공간. 지상에 있는 조형물과 같은 크기의 전시물로 이뤄져 있다. |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전시 공간 중 가장 많은 울림을 주는 'Fallen Leaves' 공간은 고통스러운 유대인의 얼굴을 형상화한 쇠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곳을 관람객이 걸으면 쇠가 충돌하며 소리를 내는데 마치 유대인들이 수용소로 향하던 열차와 철도를 상징하는 듯한 효과를 준다.
토포그래피 박물관(테러의 지형) 외부 전시장. |
10년 전 노근리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아담은 대전 산내 골령골에 세워질 추모 공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아담은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감추는 것 없이 잘못한 것 있는 그대로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담은 또 "과거 역사를 경험한 세대가 생존해 있을 때, 그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공간을 갖추고 보여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를린=임효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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