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린아 변호사 |
자녀에게 이혼 전과 동일한 수준의 양육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과 비양육부·모는 현재 소득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자녀 양육비에 대하여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부모의 합산소득, 자녀의 나이, 거주지역, 자녀의 수 등을 고려하여 대개는 자녀 1인당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180만 원까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부모는 미성년 자녀의 생활을 자신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야 할 '1차적 부양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단 한 개의 빵이라도 미성년 자녀와 함께 나눠야 하고, 이혼으로 자녀와 같이 살지 않게 되더라도 부모의 자녀에 대한 '1차적 부양의무'는 변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양육부·모 10명 중 8명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이른바 '나쁜 부모' 여섯 명에 대하여 운전면허 정지 처분이 내려지게 됐다. 양육비이행법 개정 이후 양육비 채무자(비양육부·모)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첫 사례다.
양육비이행법의 정식 명칭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미성년 자녀를 직접 양육하는 부·모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확보 등을 지원해 미성년 자녀의 안전한 양육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구 양육비이행법에도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신청(양육비채무자의 급여에서 양육비를 직접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양육비 담보제공명령신청(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하는 것), 양육비 이행명령신청(양육비 이행을 명하고 위반 시 과태료, 감치 등을 명하는 것)을 비롯한 여러 가지 양육비 이행확보 방안이 있었다.
그러나 양육비 채무자가 급여소득자이거나 자기 명의로 재산을 보유한 경우가 아닌 이상 위 조치들은 민사적 제재에 불과한 탓에 양육비 이행을 강제하기 어려웠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감치명령 역시 채무자의 소재 파악이 불가능해 집행되지 않거나 집행이 된다 하더라도 30일 이내의 기간 감치를 당하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그만이라 실효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모여 '배드파더스'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었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부·모의 신상을 공개해 양육비 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배드파더스'의 운영자는 신상이 공개된 비양육부·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구조적 원인이 드러나면서 무죄가 선고됐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결국 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은 양육비 채무자인 비양육부·모가 양육비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양육비 채무자의 운전면허 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운전면허를 직접적인 생계유지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또한 3년간 여성가족부 또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양육비 채무자의 성명, 나이 및 직업, 주소 또는 근무지, 채무 불이행기간 및 채무액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미지급 양육비가 5천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이번에 운전면허 정지 처분 통지서를 받은 여섯 명 중 한 명은 열흘간의 의견진술 기간 중 미지급 양육비 채무액 6520만 원 중 3600만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비록 자녀에 대한 책임감에 기한 것이 아니라 운전면허 정지를 피하기 위해 억지로 지급한 것이더라도, 오랜 기간 정서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경제적 고통까지 감내해야만 했던 양육부·모와 자녀에게는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늦게나마 양육비 이행을 확보할 실효적인 제도가 도입된 것을 환영하며, 앞으로 적극적인 제도 운영을 통해 더 많은 한부모 가장과 자녀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 속에서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최린아 변호사(이혼·가사법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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