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재 관장 |
처음 해외여행을 간 어떤 분이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서양 어린아이를 보고 예쁘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행위로 미국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기사였다. 당시 신문 뒤편에 작게 실린 기사는 당시 신문기사에 오를 만큼 당시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서로써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30년 여년이 흐를 지금 대한민국 안에서는 내외국인의 차별을 두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나의 아이를 함부로 예쁘다고 쓰다듬는 행동으로 112에 신고된다며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법적 처벌을 받는 상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남의 아이가 예뻐서 하는 불필요한 스킨십은 적절한 행동이 아님은 2021년 대한민국에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17년째 근무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112를 통해 아동학대 의심사례가 신고되면 경찰과 함께 아동학대 현장에 방문하여 아동학대 관련 조사와 피해 아동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학대가 재발하지 않도록 아동과 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 및 다양한 서비스 지원을 직·간접적으로 하고 있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장소는 다양하지만 주로 아동이 거주하는 가정에서 발생한다. 매해 조금씩 통계에 차이는 있지만 80% 이상이 친부모에 의해 발생을 하며, 방임 학대의 경우는 90% 이상이 가정 내 친부모에 의해 발생한다.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우리가 만나는 가정 중 다문화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사회복지현장에 몸담은 지 17년이지만 부끄럽게도 필자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포털 검색을 통한 정보와 통계들을 통해 어렴풋이 알 뿐이다.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이웃과 한국 사회에 녹아들어 행복하게 사는 가정이 더 많을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필자가 일을 하면서 만나는 다문화가정은 아동학대라는 좋지 않은 일로 처음 만나게 된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인 배우자와 이룬 가정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아이를 포함한 가족이 함께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 근로자 혹은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출산한 아이에게 발생한 아동학대 상황 등에 개입하였다. 다문화 가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개입 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의사소통 문제와 문화적 차이다. 다문화 부모가 문화적 차이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아동학대로 인지하지 못할 때 참 난감하다. 그때마다 80년대 필자가 어린 시절 신문을 보시며 혀를 차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동학대 현장에서 다문화를 바라볼 때 흔히들 이야기하는 '다름'과 '틀림'의 차이에서 '다름'을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다문화 가정이 가진 그들만의 문화를 이해하지만 유엔(UN)아동권리협약을 바탕으로 하고 법으로 정한 아동학대 금지행위를 하지 말아야 함을, '다름'이 아닌 '틀림'을 그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의사소통 부분에 있어 한국어가 서툰 부모의 경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다누리 콜센터(1577-1366)의 도움을 받아 조사와 상담을 진행할 수 있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다수의 국가 외 특정국가 출신의 부모와는 소통이 어려워 난감할 때가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복지관 내 다문화담당 파트까지 한국에 이주한 다문화 가정들이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언어, 문화 등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관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은 외국인들은 스스로가 관련 정보를 알고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낯선 땅에 발 디딘 그들을 억지로 흡수시키려 하기보단, 수혜자 입장에서의 제도와 서비스들이 보다 다양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가 늘어나는 조손가정, 재혼가정, 한부모 가정 등을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듯이 다문화 가정 또한 자연스러운 하나의 가족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보다 형성되었으면 한다.
과거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 가정이 다수였다면 앞으로 취업의 이유로 가족이 함께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다문화가정, 정치적인 논란이 있지만 난민 등 다문화 가정이 지금보다 더 많이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더 이상 나라와 국가, 인종이 단어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함께 사는 사회, 더불어 사는 공동체 안에서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살아갈 날들이 오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다르다'는 이유로 '틀린' 대우를 받거나 차별받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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