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 교수(대전시 지역문화협력위원회 위원장,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단은 과거 행정조직이 담당했던 문화라는 전문적인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지역문화재단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해 중앙과 관료 중심이라는 기존 문화정책의 한계를 뛰어넘어 문화의 생활화와 예술의 일상화를 지역적으로 실현하고자 한다. 이런 현실에서 문화공간의 생산성을 높이고 공공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며 지자체 차원의 재원을 마련할 실천수단으로 민간위탁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문화재단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문화재단은 총 103개로 광역문화재단 17개, 기초문화(관광)재단 86개로 1997년 경기문화재단의 첫 설립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200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과정에서 지역문화의 원년으로 정부 정책이 추진되면서 지역문화재단의 설립 중흥기를 맞았다.
지역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를 보호하고 창조하며 확산하고, 문화 생태계 형성 및 지원을 통해 지역민의 궁극적인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기여하고자 구성된 기구다. 그런 맥락에서 지역문화재단은 일차적으로 지역민의 문화 향유권을 증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설립근거와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문화재단의 역할을 예술인 중심 기구로 해석하여 지역 내 예술단체와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전지역은 최근 대덕문화관광재단이 출범하고 유성구와 동구가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재단 설립에 대한 지역 내 반대 목소리도 높다. 재단 설립의 필요성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문화예술정책은 정책의 연속성과 문화예술의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으로 공공행정에서 정책의 수립 및 집행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에 지역문화재단은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업무 수행을 통해 공공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지역문화예술진흥을 위해 민간영역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며, 민간영역의 참여를 견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지역문화재단은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문화예술은 사회적 자본이면서 공공재로의 기능을 갖는다. 지역문화재단 설립은 공공재인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공공복리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문화(관광)재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전에 설립된 지역문화재단의 구조적 문제인 운영의 자율성과 안정적 재원확보 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운영의 자율성 확보 과제로는 첫째, 인사권의 독립이다. 해당 자체단체장의 의중에 따라 선임된 재단 대표는 단체장이 직접 선임하는 방식과 별 차이가 없어 대표이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재정의 안정성이 필요하다. 해당 자치단체의 과도한 위·수탁사업와 공모사업에 치중한 재원형식은 결국 공공 대행사에 벗어나지 못하고 재단 본연의 목적사업인 문화예술정책 발굴 및 지역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자체사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 셋째, 재단의 감사권은 출자·출연기관 법률에 따라 해당 지자체의 감사실에서 가지고 있으며, 의회의 행정감사에도 포함이 되고, 과도한 감사 권한이 외부에 의해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행정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관료주의적 문화예술행정이 나타나 재단 직원들은 감사에 지적당하지 않기 위해 이중삼중의 규제와 행정서류를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감사권을 조정하고 자체 외부감사위원회를 두어 문화예술의 행정의 특수성에 따른 운영이 필요하다.
지역문화재단은 설립과정에서 지역 문화원과 예총, 민예총 등 역할과 기능의 중첩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지역의 예술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또는 의회 등에서 설립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재단의 사업 방향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공공 문화예술업무를 수행하는 단체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업무영역의 모호성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재단의 명확한 사업 방향과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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