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피로 물들었던 과거, 오늘날 평화를 말하는 방식-노근리편
2012년 문을 연 노근리평화공원은 피해자 시각에서 만들어진 평화공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근리 피해자들이 직접 전 세계에 사건을 알리는 데서 시작해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평화공원 조성에 힘을 보탰다.
현재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노근리평화공원 운영에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정구도 이사장은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정구도 이사장은 2014년 사망한 정은용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장의 아들이다. 노근리사건의 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의 시각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평화와 역사 교육의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노근리사건은 1950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영동읍 하가리와 황간면 노근리에서 미합중국 군인에 의해 희생자가 발생한 일을 말한다. 폭격을 피해 쌍굴다리 안으로 숨어 들어간 민간인 상당수는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노근리사건이 일어난 경부선 철도교 아래 쌍굴다리. 벽에 그려진 동그라미 등 기호는 당시 폭격과 기관총 흔적 또는 탈알이 박혀 있는 곳에 표시돼 있다. 임효인 기자 |
노근리평화공원 내 평화기념관 전시품 중 하나. 노근리사건을 전 세계에 알렸던 AP통신 찰스 핸리 기자의 수첩이다. |
정 이사장은 전문성을 갖춘 자문기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이면서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췄던 정 이사장은 노근리평화공원 조성 당시 자문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유족과 조성 주체 간 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평화공원은 건축물을 만드는 사업이 아니다. 외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전시실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전문가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지금은 콘텐츠를 모아야 할 때"라고도 강조했다. "혼재된 수많은 사건과 중대한 현실적 문제가 있는데 나중에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며 "종합적인 지식과 종합적 판단 능력이 있는 사람이 참여해서 진행하지 않으면 건물만 지어 놓고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상처와 실망만 남기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며 "전시기획 수집을 잘 해야 한다. 대한민국 한국전쟁 당시 피해 사안을 대상으로 놓지만 모든 사건을 똑같이 넣을 수도 없기 때문에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이 과거 평화공원 조성 과정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정 이사장은 "공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는 주체를 누구로 둘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주체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계속 바뀌고 그 자리를 떠나면 책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끝으로 "대전이라는 국토 중심에 한국전쟁 추모시설이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사업"이라며 "피해자의 뜻에 부응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전문가가 참여하면서 피해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할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위령과 유족의 명예회복·치유 그리고 국민에게 역사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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