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석 지휘자가 이끄는 메시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가 있는 날이다.
코로나19가 완화 돼서인지, 공연 시간이 아직 멀었는 데도 표를 구입하려는 관객들로 붐볐다.
아니, 박인석 지휘자의 애국적인 열정에 반한 관객들이 그의 애국심으로 뭉쳐진 지휘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게다.
박성효 전 대전시장도 오셨고, 함께 일했던 시청관계자들도 여러분 오셨다. 그 외, 사임당 우리매듭 윤승이 원장님과 손진담, 현은용, 계석일 코리아플러스 기자도 오셔서 관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박인석 지휘자는 국내 음악만을 고집하는 독특한 지휘자이자 시작과 끝을 우리 애국가를 연주함으로 해서 연주자들은 물론 관객들까지도 그 애국적인 열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이철우 작곡의 '피리와 관현악을 위한 소리 환상곡 신산조'와 이경섭 작곡의 '장구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설장구 협주곡 '소나기'는 필자도 처음 보는 연주였다. 어찌 관현악과 우리의 타악기를 접목시켜 조화를 이룬 연주를 하게 했단 말인가? 그 작곡의 기술에 놀라웠고 그것을 소화해낸 단원들의 연주 솜씨에 감탄했으며, 특히 박인석 지휘자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한 몸이 되어 지휘하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대로 넘겨서는 안 될 연주.
박인석 지휘자는 1년 전 떠나간 내 아내 오성자를 잘 알고 있다. 지난 11월3일은 그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래서 내 아내 추모곡으로 두 곡을 준비했다며 관객들에게 소개한 다음 연주를 시작했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내가 염려하는 일이 세상에 많은 중 속에 근심 밖에 걱정 늘 시험하여도/
예수 보배로운 피 모든 것을 이기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이기리로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 주 나를 외면하시면 나 어디 가리까/
내 죄를 씻기 위하여 피 흘려 주시니 곧 회개하는 맘으로 주 앞에 옵니다/
전부터 계신 주께서 영 죽을 죄인을 보혈로 구해주시니 그 사랑 한없네/
내 죄를 씻기 위하여 피 흘려 주시니 곧 회개하는 맘으로 주 앞에 옵니다〉
지난 1년간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얼마나 울며 지냈던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아하실 정도로 사랑했던 아내 오성자. 아내 떠난 요즘은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인기척도 없이 적막감만 감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나와 내 아내는 혈액형이 달랐다. 아내는 B형, 나는 AB형. 그 혈액형 차이에서 오는 성격 차이 때문에 의견 충돌도 자주 있었지만 아내가 떠나고 나니 그렇게 후회 될 수가 없었다. 모든 걸 이해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고, 사랑으로 감싸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아내가 치매 걸린 5년 동안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다. 그 아내에 대한 사랑을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다. 내 아들과 딸들은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와 힘을 실어주었고, 김진태의원 내외분께서는 세 차례나 문병 오셨으며, 중앙에 계신분들은 물론 금산의 박영옥 선생님, 서울의 태민 내외, 수양 딸 이재분은 수시로 반찬을 해서 식탁을 차려줬으며, 리헌석, 김선호, 서옥천, 박선희, 나영희, 이경옥, 김요미, 류지탁, 장상현, 장주영, 이현경, 서민경, 주종순, 이상덕, 허진주, 윤영신, 조용미, 김지현 등 형제자매들은 내 버팀목이 돼 주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아내를 위로해 주셨고, 내 친구 월정은 5년동안 우리 내외와 함께해 내 아내를 보살펴주었으며, 내 지인 남상선 선생은 아내가 좋다는 것이면 자주 손에 들고 오셨다. 수양딸들과 동생들이 베풀어준 은혜는 여기에 모두 열거 할 수가 없다.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오늘, 지휘자 박인석 선생이 또 나를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이다.
그는 애국심으로 인한 카리스마적인 영적 지휘 능력을 가진 분으로 그 어느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지휘자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이렇게 따뜻한 감수성이 있는 분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내가 아내 사랑했던 모습을 어느 경로를 통해서 알고는 오늘 아내를 추모하기 위한 곡을 두 곡이나 준비하여 공연해 주었던 것이다.
언젠가는 나를 친절하게 안내해준 바이올니리스트 윤수지 양을 만나 메시야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해 주리라.
감사, 감사한 일이다.
사는 동안 이분들의 고마움을 잊지않고 보답하며 살 것이다.
김용복/ 예술평론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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