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95강 곡학아세(曲學阿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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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95강 곡학아세(曲學阿世)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11-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95강:曲學阿世(곡학아세) : 배운 것을 구부려 세상에 아부(阿附)하다.

글자 : 曲(굽을 곡) 學(배울 학) 阿(언덕아/아첨할 아) 世(인간 세/세상 세)

출처 : 사기(史記) 유림열전 편(儒林列傳 篇)

비유 : 학문을 올바르게 펴지 못하고 그것을 왜곡(歪曲)해 가며 세상에 아부(阿附)하여 출세(出世)하려는 태도나 행동을 비유함.



학문을 굽혀 세상에 아첨한다는 말은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학문을 닦아 세상에 아부한다는 뜻이다. 이는 약자(弱者)나 지식인(知識人)이 자기 한 몸의 편안함을 위해 강자(强者)인 권세(權勢)에 아부(阿附)함을 말한다. 요즈음 용어로 '어용학자(御用學者)'와 비슷한 말이다

학문의 목적 중 "인간은 한 몸, 한 가정의 생활을 안정시켜 유지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천성에는 더욱 높은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주어졌기 때문에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세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학문을 권함, 2011, 12,중에서]"는 것이다.

원고생(轅固生)이라는 사람은 제(齊)나라 사람으로 '시경(詩經)'에 정통해서 효경제(孝景帝,) 때 박사가 되었다. 그는 성품이 강직해 평소 어떤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고 직언(直言)으로 간언(諫言)하는 성격이었다.

효경제는 즉위하자마자 천하의 어진 선비들을 구했는데, 제일 먼저 명망(名望) 있는 원고생을 불러 박사로 삼으려 했다.

원고생은 산둥[山東] 출신으로 당시 아흔이나 되는 고령이었다. 그는 효경제의 부름에 감격하여 이렇게 마음먹었다. '젊은이들에게 결코 지지 않으리라.' 원고생은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날리며 궁궐로 향했다. 그런데 노자(老子)의 글을 좋아하던 두태후(竇太后/경제의 어머니)가 원고생을 불러 노자의 글에 대해 묻자 원고생이 대답했다. "그것은 하인들의 말일 뿐입니다." 두태후는 격노하여 원고생에게 야생 멧돼지와 싸우는 형벌을 내렸다. 연로한 노인을 멧돼지가 죽이도록한 형벌이다. 이를 알게 된 경제는 원고생을 남몰래 불러 예리한 칼을 주었다. 드디어 원고생이 돼지의 심장을 정확하게 찌르자 돼지는 한칼에 쓰러졌다. 태후는 아무 말이 없었으며 더 이상 죄를 묻지 않았다. 얼마 후 경제는 원고생을 정직하고 청렴한 사람으로 인정하여 청하왕의 태부로 임명했다. 오랜 후에 원고생은 병으로 벼슬을 그만두었다.

이후 무제(武帝)가 즉위하여 그를 다시 불렀을 때 함께 등용된 인물 중에 설(薛)나라 사람 공손홍(公孫弘)이라는 젊은 학자가 있었다. 공손홍도 원고생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불손했다. 그리나 원고생은 불쾌히 여기지 않고 공손홍에게 지금의 학문의 길은 어지럽고 속설만이 유행하고 있으며, 이대로 두면 유서 깊은 학문의 전통은 요사스러운 학설로 제 모습을 잃게 된다고 하면서 이렇게 당부했다. "공손자여 바른 학문에 힘써 바르게 말하고 학문을 굽혀 세상에 아첨하지 말게." 이 말을 들은 공손홍은 자신의 무례함을 부끄러워하며 용서를 구하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 사마천도 공손홍의 사람됨이 비범하며 견문이 넓다고 평가했다. 밥을 먹을 때도 고기반찬을 두 가지 이상을 두지 않고 계모가 죽었을 때도 3년 상(三年 喪)을 치렀다.

곡학아세는 학자가 자신의 학자적 양심을 세속적 욕망과 바꾸는 행위다. 학자는 단지 한 사람 권력자에게 아첨했지만, 그 아첨의 결과는 절대다수의 사람에게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불행의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적 공공성을 부정하고 올바른 제도나 정책을 훼손하게 된다.

인간은 날 때부터 각자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글재주, 손재주, 노래재주, 운동재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주를 각자 그의 장점으로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같은 재주를 가졌어도 그 쓰임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은 재주의 수준도 다르지만 성격의 차이도 있다.

그런데 재주와 성격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바로 권력 앞에서만은 그 재주와 성격이 소용없이 허물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나 정치적성격의 직업을 가진 자들은 정도(正道)를 배웠으면서도 남의 이목과 질책, 비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에 맹종하고 심지어 추종하는 부끄러운 모습까지 서슴지 않는다.

곡학아세(曲學阿世)!

비단 학문분야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처세하는 모든 분야에서 적용 된다.

정도(正道)가 사이비(似而非)를 이기는 것은 힘들다. 그것은 정도는 거짓이 없고 진실 된 반면, 사이비는 우선의 달콤함에 속이 썩는 아픔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은 事必歸正(사필귀정)으로 결론되지만 그 과정은 상당한 시험을 경험해야한다.

역사(歷史)는 곡학아세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육신(死六臣)을 포함하여 정도를 걸었던 훌륭한 선비정신의 선조들이 많이 있었음을 자랑스러워한다.

논어(論語)에 '貧而無諂 富而無驕(빈이무첨 부이무교/가난하되 아첨함이 없으며, 부유하되 교만함이 없다)라는 구절이 있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꼭 보아야할 가르침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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