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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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입니다

구본환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 승인 2021-11-09 10:25
  • 신문게재 2021-11-10 18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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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환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저는 우리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입니다."

40대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70대 아버지가 담담하게 말했다.

대기업 회사원이었다는 아버지는 아들이 점점 성장하고 성인이 되자 더 이상 주간보호시설에 다니는 것만으로 돌봄을 감당할 수 없어 직장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아들의 돌봄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40년이 넘는 세월을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로 살면서 지금보다 훨씬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복지가 열악했던 시절을 겪고 웬만한 어려운 상황들도 허허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자신이 나이가 들어가며 병이 생기고 행여나 먼저 죽게 된다면, 이후 아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것이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돌봄시설 및 서비스의 운영중단 등으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되는 결과를 맞이하였다.

발달장애인은 다른 장애유형과는 달리 사회적 기술과 정서적 표현이 부족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인적 자원의 조력과 돌봄이 필수적이다.

최근 정부에서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해당 내용은 장애인이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주거독립권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 및 체계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신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도전적 행동' 등으로 인하여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하며, 특히 나이가 들수록 돌봄을 담당하는 부모에게 이러한 돌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이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지만, 경제활동을 지속하면서 발달장애인 자녀의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가 산적해 있다.

첫째,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추진에 앞서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선행하고, 시설거주를 원하는 발달장애인 및 가족의 의사를 존중하는 시설유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특성을 고려한 돌봄시설의 확충을 통하여 발달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가족이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가정에서 돌봄을 전담하는 가족의 경우 활동보조인 수당 지급대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우리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우리 사회에서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이상적인 세상을 그리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현재의 삶을 직면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이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도 돌봄의 대부분을 담당할 수 밖에 없는 부모 또는 가족의 경제적 문제와 그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문제들은 그들의 입장이 되어 세심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럴 때 필요에 맞는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40대 성인발달장애인의 노부모가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소원이 자꾸 마음을 아리게 한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자립할 수 있고, 가족의 돌봄부담이 가벼워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주어야 한다. 노부모의 소원이 돌봄의 부담이 아닌 진정한 자녀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소원이 되길 기대한다.

구본환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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