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물론 전임 정부가 추진한 정책과 충청권 4개 시·도가 오래전에 제시한 주요 현안을 재탕하거나 이름만 바꾼 공약이 많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 공약이 거의 같은 것도 적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고민과 차별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여야 모두 대선 후보를 확정한 만큼 무늬만 입힌 공약 내실화를 위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고, 충청의 여야 정치권과 4개 시·도 역시 여기에 발맞춰 충청 발전정책 발굴과 공약 반영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첫 행보로 지난 10월 11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이재명 후보. 사진=이성희 기자 |
우선 국회 세종의사당과 세종시 대통령 제2 집무실 설치와 여성가족부 등 중앙행정기관 세종시 추가 이전을 공약했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혁신도시 시즌2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모두 현 정부의 공약이다.
충청권 4개 시·도 메가시티 조성과 이를 위한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는 청주도심 통과 노선 확정, 충남 대산∼천안∼청주∼경북 울진을 연결하는 동서횡단철도 건설, 호남선 고속화 등 광역철도망 조기 구축도 이미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2027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의 충청권 공동 유치 지원 공약은 왜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 대선 전인 내년 1월에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후보 도시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대전과 충북 오송의 첨단 바이오산업과 충남·세종을 연계하는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 충남 천안·아산 강소연구개발특구 확대로 디스플레이 소·부·장 특화단지 육성, 충북 K-반도체 등을 묶어 충청권을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키워내겠다는 공약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과 서천 브라운필드 재자연화, 부남호 역간척 등 해양생태 복원사업과 충북 북부권 단양 8경과 제천 10경 등 에코순환루트 조성,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와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 산업 전환 지원 등의 공약도 있다.
대권 출마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 7월 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윤석열 후보. 사진=이현제 기자 |
충청권 광역철도와 청주공항 활성화 통한 교통망 확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전∼세종∼청주 충청권 광역철도가 오송∼청주공항 구간 청주도심을 통과할 수 있게 하고 청주공항 인프라를 확충해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는 건 포털사이트에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단골 사안이다.
충남 가로림만 국가해양공원 조성은 이재명 후보의 공약과 같은 것으로, 충남도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현안사업이다. 중이온가속기 조속한 준공을 통한 대전 기초과학 연구선도 도시 육성과 방사광가속기 산업클러스터 구축 역시 줄기차게 들었던 정책이다.
대전과 세종시에 인접한 6곳의 산업단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첨단국방과 미래교통산업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있다. 대전 유성구 안산동에 추진 중인 첨단국방융합클러스터 등 이미 추진 중인 산단을 묶겠다는 것인데, 차별화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의 미래는 선거(대선) 과정에서 그려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청의 미래는 신행정수도권을 어떻게 그려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며 “소지역적인 공약보다는 충청권 메가시티를 기초로 지역별 기능 배분 차원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사업은 구체성(시기, 예산)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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