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염원을 가장 잘 담아낸 미술품 소장보존센터 조성과 관련, 지난 6월 전문가협의체로 구성한 첫 자문회의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다섯 차례의 논의 끝에 스마트뮤지엄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과학'으로 방향성이 축소된 토론회가 열리면서 용역결과에 혼선만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인재개발원을 둘러싸고 대전시민은 물론 지역 예술계와 상권계 간 갈등이 팽팽한 상황에서 따로국밥 태도를 보여주는 토론회 자체가 문체부의 연수원 건립을 합법화하는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4일 오후 3시부터 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통한 옛 충남도청사 활용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조성칠 대전시의원의 발제로 진행한 이번 토론회는 김경완 대전문화재단 예술지원팀장을 비롯해 김정연 독립큐레이터, 이병연 대전시 문화예술정책과장, 이주행 미디어 작가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지난해부터 디지털미술관을 주제로 수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했다"라며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갖추기 위해 과학전문 미술관으로 방향성을 틀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술계는 이번 토론회가 이달 중순 발표를 앞둔 용역결과에 혼선만 초래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지역 내에서조차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대전시민은 물론 미술계와 상권계 간 갈등의 중심에 있는 문체부연수원 건립을 합법화하는 장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술 전문인력 양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문체부의 표면적 입장과 달리 정부의 대행적인 역할 수행에 지나지 않는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는 전문큐레이터와 에듀케이터 양성을 통해 미술시장 발전을 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미술관과 전문인력 일자리가 제한된 국내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을뿐더러, 양성된 인재들의 수용에 대한 복안마저 불투명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문에 참여했던 강현욱 목원대 교수는 "이미 스마트뮤지엄이라는 큰 바운더리를 설정한 상태이며, 과학을 비롯한 모든 분야를 포함해 융복합을 통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라며 "미술관 건립 관련 수개월 간의 논의 끝에 도출된 방향과 달리 뒤늦게 축소된 개념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용역 결과에 혼선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역미술계 다른 인사는 "전국적으로 공공과 민간 차원에서 미술관 건립 움직임을 보이지만, 그에 따른 수요 충족과 공급에는 적지 않은 괴리감이 있다"라며 "접근성이 좋은 대전의 지리적 장점과 함께 도청사에서 지하철로 10분 이내 대전역이 있어 인근 상권을 이용할 확률도 매우 낮아 결국 문체부 공무원들의 직무교육 강의실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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