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는 해발고도가 900∼1200m에 이른다. 연 강우량은 북부 산악지방과 고원지대, 저지대별로 차이가 크다. 이렇다 보니 농업에 의존하는 국민의 경우 '흉년'이라는 악재의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은 오랜 가뭄으로 식량난에 시달리는 말라위 서민의 삶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이다. 아프리카 남동쪽 끝 잠비아와 모잠비크 사이에 있는 내륙 국가 말라위의 작은 부족 '윔베이'에 사는 14살 '캄쿰바'가 주인공이다.
척박하고 작물 하나 제대로 키울 수 없는 땅에서 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 지역 사람들은 늘 기아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주식인 옥수수조차 수확이 잘 안 되어 배를 곯기 일쑤다.
캄쿰바는 아빠와 엄마, 누나, 젖먹이 동생과 살고 있다. 빈곤한 처지에서도 어찌어찌 중학교에 입학은 했다. 그러나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에서 쫓겨난다. 비록 학교에 갈 수는 없었지만 캄쿰바는 학교의 도서관만이라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교장에게 간청한다.
도서관에서 과학책을 보면서 캄쿰바의 인생이 달라진다. 아빠의 재산 1호인 자전거를 이용해 마침내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으로 거듭난다. 캄쿰바의 지혜 덕분에 척박했던 농지에 지하 우물물이 올라와 적시면서 옥토로 바꿔준다.
가뭄을 극복하고 농사를 지어 굶주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꿈을 키웠고, 마침내 이를 실천한 소년은 영웅이 된다. 14살 소년의 가난과 환경을 극복하려는 꿈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이후 캄쿰바는 2007년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지구촌의 미래를 고민하고 의논하는 TED(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혁신적 기술자와 기업인들의 모임) 회의장 연단에서 강연을 한다.
캄쿰바는 모든 사람이 허황한 꿈이라고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부품 구입을 위해 쓰레기장을 뒤지면서까지 노력했다. 그 결과 바람과 전기, 물까지 풍차로 불러왔으며, 마치 현대판 '제갈량이 부른 동남풍의 기적'과 같은 결과를 창출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서 더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
때아닌 요소수 부족 현상이 국내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악몽에서 겨우 깨어나는 와중에 중국이 석탄을 원료로 하는 요소수 수출을 제한하면서 디젤(경유) 차량의 필수품인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해 물류대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요소수'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요소(암모니아)에 증류수를 섞어 만드는 촉매제다. 요소수는 디젤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꿔준다.
이런 까닭에 버스나 트럭과 같은 디젤차에 주기적으로 채워 넣어줘야 하는 필수품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요소의 대외 수출을 막으면서 국내에서 운행 중인 수백만 대의 디젤 화물차들이 올스톱 될 처지에 봉착했다.
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대란을 넘어 화물(운송) 시장 자체가 셧다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고 있다. 매사는 '만약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풍차(風車)는 바람의 힘을 기계적인 힘으로 바꾸는 장치로 여기서 생기는 힘을 이용하여 양수(揚水), 정미(精米), 제분(製粉), 제재(製材) 따위에 쓴다. 요소수가 사라진 화물 시장은 풍차조차 마련되지 않은 '캄쿰바'의 빈가(貧家)에 불과하다.
중국산에 원료를 97%나 의존해왔던 국내 요소수 시장이 마비될 지경에 이른 것은 만약의 경우를 배제한 때문이다. 이제라도 서둘러 요소수 원료의 수입 다변화와 국내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신선한 풍차' 해법의 도출이 시급하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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