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보고 침 뱉기', '누워서 침 뱉기'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침을 뱉으면, 자기 얼굴을 더럽힐 뿐이다.'라고 전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빈번하게 저지르는 잘못이기 때문일까? 민간뿐 아니라 각종 경전에도 유사한 말이 많다. 불경에는 바람을 거슬러 먼지를 날리면 상대에 이르지 않고 자신에게 돌아온다, 부연하고 있다. 바람 때문 만이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성경 갈라디아서에서는 '심은 대로 거두리라' 하고 있다. 증자가 경계한 말이다. 출이반이(出爾反爾), 너에게서 나간 것은 너에게로 돌아온다. 베푼 만큼 사랑으로 돌아온다고 쓰고 있다. 덕행뿐이랴, 악을 행하면 악으로 돌아온다. 모든 세상일이 나로부터 비롯된다.
우리는 종종 '표현의 자유'를 운운한다. 표현의 자유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 ~ 1873)의 <자유론>에서 비롯되었다. 틀리다, 해롭다는 이유로 의견의 표명을 가로막지 말라고 한다. 일부만 제한해도 모든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기 때문이다. 무제한 허용되어야 사회가 진보할 수 있다고 믿음을 보낸다. 우리는 달콤한 유혹만 받아들인다. 중요한 금기는 잊는다. 제한이 없어야 하지만, 표현방식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동적이거나 남에게 직접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경고한다. 위해원칙(harm principle)이다.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이다. 마땅히 통제하지 말아야 할 것은 통제하고, 자의든 타의든 통제되어야 할 것은 통제하지 않는다. 책임이 없는 남용은 자유가 아니다.
일하지 않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잘잘못이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중심이 아닌 주변사람은 질타 대상이 안 된다. 말의 성찬 시대이다 보니, 저마다 뽐낸다. 더러는 무모하고 저급하며, 우리 문화나 도덕에 반한다. 일반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위 지도층의 거짓이나 무책임한 말, 그의 남용은 삼가야 한다. 필부의 언행은 자연도태 된다. 사회 중심에 있는 사람은 다르다. 자신의 사회적 범주만큼 책임이 따른다. 침묵은 금 아닌가? 허튼소리는 침묵보다 못하다.
일의 처리에 있어서 일정하게 정하여진 방식을 정석이라 한다. 우리 삶에 정석이 있을까?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다수의 사례인 보편성을 의미하지 않을까?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종종 의문을 갖게 한다.
바둑에서 정석은 많은 실전을 거쳐 상호 호각지세를 이루도록 두는 순서이다. 물론, 초반 10여수의 공식화된 일정 형태를 말하기도 한다. 몰라서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 아마추어는 그 방식대로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한다. 프로는 더 좋은 방식이 없는지 연구, 개발한다. 다른 답을 구하지 못하면 정석을 견지한다. 때로는 기세, 반발 등 감정이입이 일어나, 정석대로 두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구도자의 위치에 있다. 사전 연구든, 실전에서의 우연이든 부단히 향상된 답을 구한다.
인공지능 정석이라는 말이 보인다.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수의 흐름을 공부한다. 인공지능은 논리적으로 사람이 분간하기 어려운 아주 미세한 부분과 선악까지 계산한다. 바둑 천재라 하더라도, 361팩토리얼의 변화를 앉은 자리에서 읽어내는 것은 불가하다. 인공지능은 매번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배석에 따라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정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프로그래머는 연구된 부분에 대한 로직을 다시 반영한다. 순환하면서 인공지능과 사람 두뇌의 정반합이 이루어지는 시대다.
디지털 시대의 정반합을 고민해 보았는가? 더욱 넓고 깊은 고품격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변화를 읽지 못하는 사이 세상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보통 음양은 서로 반대이거나 대조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실제는 상호 보완적이거나 의존적이다. 서로 균형을 맞춘다. 제반 세상사가 다르지 않다. 상호 존중되어야지 반목해서는 해결될 일이 없다. 반목은 누워서 침 뱉기다. 선수는 보다 향상된 답을 구하기 위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지, 퇴보나 파괴를 도모하지 않는다. 바둑판을 엎어서 될 일이 있겠는가? 표현의 자유도 그 범주에 있다. 예리하다, 날카롭다 자랑하지 말라, 칼로 상대방을 찌르는 것은 나를 찌르는 것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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