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정석과 표현의 자유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정석과 표현의 자유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11-05 13:1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볼 양이면, 서로 얼굴이나 몸에 침을 뱉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욕설이요 모욕이다. 그나마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주문 때문 아닐까 생각했었다. 기사를 읽다보니 판례에 따르면, 사람에게 침 뱉으면 '폭행죄'에 해당하고, 제3자가 있는데 상대에게 침 뱉으면 '모욕죄', 음식에 침을 뱉으면 '손괴죄', 아무데나 함부로 침 뱉으면 '경범죄'에 해당한다고 한다. 마스크 착용으로 침 뱉기가 어려워서 일까? 말로써, 글로써 하는 침 뱉기가 성황이다.

'하늘보고 침 뱉기', '누워서 침 뱉기'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침을 뱉으면, 자기 얼굴을 더럽힐 뿐이다.'라고 전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빈번하게 저지르는 잘못이기 때문일까? 민간뿐 아니라 각종 경전에도 유사한 말이 많다. 불경에는 바람을 거슬러 먼지를 날리면 상대에 이르지 않고 자신에게 돌아온다, 부연하고 있다. 바람 때문 만이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성경 갈라디아서에서는 '심은 대로 거두리라' 하고 있다. 증자가 경계한 말이다. 출이반이(出爾反爾), 너에게서 나간 것은 너에게로 돌아온다. 베푼 만큼 사랑으로 돌아온다고 쓰고 있다. 덕행뿐이랴, 악을 행하면 악으로 돌아온다. 모든 세상일이 나로부터 비롯된다.

우리는 종종 '표현의 자유'를 운운한다. 표현의 자유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 ~ 1873)의 <자유론>에서 비롯되었다. 틀리다, 해롭다는 이유로 의견의 표명을 가로막지 말라고 한다. 일부만 제한해도 모든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기 때문이다. 무제한 허용되어야 사회가 진보할 수 있다고 믿음을 보낸다. 우리는 달콤한 유혹만 받아들인다. 중요한 금기는 잊는다. 제한이 없어야 하지만, 표현방식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동적이거나 남에게 직접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경고한다. 위해원칙(harm principle)이다.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이다. 마땅히 통제하지 말아야 할 것은 통제하고, 자의든 타의든 통제되어야 할 것은 통제하지 않는다. 책임이 없는 남용은 자유가 아니다.

일하지 않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잘잘못이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중심이 아닌 주변사람은 질타 대상이 안 된다. 말의 성찬 시대이다 보니, 저마다 뽐낸다. 더러는 무모하고 저급하며, 우리 문화나 도덕에 반한다. 일반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위 지도층의 거짓이나 무책임한 말, 그의 남용은 삼가야 한다. 필부의 언행은 자연도태 된다. 사회 중심에 있는 사람은 다르다. 자신의 사회적 범주만큼 책임이 따른다. 침묵은 금 아닌가? 허튼소리는 침묵보다 못하다.



일의 처리에 있어서 일정하게 정하여진 방식을 정석이라 한다. 우리 삶에 정석이 있을까?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다수의 사례인 보편성을 의미하지 않을까?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종종 의문을 갖게 한다.

바둑에서 정석은 많은 실전을 거쳐 상호 호각지세를 이루도록 두는 순서이다. 물론, 초반 10여수의 공식화된 일정 형태를 말하기도 한다. 몰라서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 아마추어는 그 방식대로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한다. 프로는 더 좋은 방식이 없는지 연구, 개발한다. 다른 답을 구하지 못하면 정석을 견지한다. 때로는 기세, 반발 등 감정이입이 일어나, 정석대로 두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구도자의 위치에 있다. 사전 연구든, 실전에서의 우연이든 부단히 향상된 답을 구한다.

인공지능 정석이라는 말이 보인다.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수의 흐름을 공부한다. 인공지능은 논리적으로 사람이 분간하기 어려운 아주 미세한 부분과 선악까지 계산한다. 바둑 천재라 하더라도, 361팩토리얼의 변화를 앉은 자리에서 읽어내는 것은 불가하다. 인공지능은 매번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배석에 따라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정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프로그래머는 연구된 부분에 대한 로직을 다시 반영한다. 순환하면서 인공지능과 사람 두뇌의 정반합이 이루어지는 시대다.

디지털 시대의 정반합을 고민해 보았는가? 더욱 넓고 깊은 고품격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변화를 읽지 못하는 사이 세상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보통 음양은 서로 반대이거나 대조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실제는 상호 보완적이거나 의존적이다. 서로 균형을 맞춘다. 제반 세상사가 다르지 않다. 상호 존중되어야지 반목해서는 해결될 일이 없다. 반목은 누워서 침 뱉기다. 선수는 보다 향상된 답을 구하기 위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지, 퇴보나 파괴를 도모하지 않는다. 바둑판을 엎어서 될 일이 있겠는가? 표현의 자유도 그 범주에 있다. 예리하다, 날카롭다 자랑하지 말라, 칼로 상대방을 찌르는 것은 나를 찌르는 것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5.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3.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