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고산사 문화탐방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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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고산사 문화탐방의 멋

나영희 / 수필가

  • 승인 2021-11-05 13:1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고산사에 가기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에서 가는 날 오후에 약간의 비가 온다 해서 걱정이 됐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구름은 있지만 비가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고산사 입구에서 사찰까지 경사진 길을 오르려면 힘들고 더울 텐데 햇빛이 없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전 동구문화원에서 동구문화원 회원, 문화학교 지도교사, 동구민이 함께 고산사로 문화탐방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문화 유적을 찾아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배우는 기회의 자리를 동구문화원에서 만들었다. 1시 50분까지 동구문화원으로 모이라 했지만 오랜만에 나들이라 가슴이 설레어 20분 먼저 당도했다. 그러나 오는 도중에 비가 한 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아! 걱정되는 순간. 그래도 다행히 비가 약간 내리고 더는 오지 않았다.

우리 일정은 오후 2시에 문화원에서 출발해 고산사 대웅전, 아미타불화, 목조석가모니불좌상을 탐방하고 5시까지 다시 문화원에 당도하는 거였다. 출발하기 전에 문화원 강당에서 40명 정도 되는 인원은 날씨 관계로 문화원에서 도보로 출발하기로 한 일정을 승용차로 고산사까지 가기로 했으며, 단체활동의 이것저것 주의사항 등을 들었다. 그리고 룰루랄라~ 생수와 약간의 간식을 받아 승용차 여러 대로 나눠타고 출발했다. 고산사는 처음이라 구불구불 올라가는 길을 보면서 걸어서 왔더라면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가을풍경에 감탄을 하며 창문을 내리고 맑은 공기도 흠뻑 마셨다. 소나무 사이 사이에서 보이는 구절초와, 단풍이 들고 있는 잎새들, 오랜만에 고요한 산속의 멋스러움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었다.

고산사는 대전에서 가장 높은 식장산 서쪽 중턱에 위치하고, 식장산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고산사 광장 한쪽에 주차를 하고 시낭송반 6명인 우리는 넓고 단아한 사찰을 바라보았다. 큰 사찰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첫눈에 전통을 간직한 아름다운 사찰임을 알 수 있었다. 잔디가 깔린 넓은 공간에 조용하게 사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나처럼 산행을 생각하고 옷들은 얇게 입고 왔다. 날씨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구름이 끼고 약간 추웠다. 다들 추워하는 것 같았지만 다행히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조금이나마 추위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으로부터 고산사의 역사나 식장산 등 주변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고산사는 보문산 사정공원과 더불어 소풍명소로 꼽히던 곳이란 소리에, 함께 갔던 일행들이 여기저기서 자기들도 어린 시절에 고산사로 소풍 오면서 그때 너무 힘들었었다고, 그래서 고생산이라고 불렀다며 옛날이야기를 떠올리며 추억에 젖기도 했다.

식장산은 옛날 신라와 백제의 경계로 전쟁 중에 군량미를 가득 쌓아놓고 싸움을 했다 해서 식장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또 식장산에는 전우치가 보물을 숨겨 놓았다는 전설이 있다. 보물이 어디에 숨겨져 있을까 궁금하네.

고산사는 식장산의 3경인 개태사, 식장사 중의 1경으로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는 사찰이다. 고산사는 좌측으로부터 범종각, 오층석탑, 대웅전, 요사채가 자리하고 있고, 대웅전 앞 왼쪽에는 부도 2기, 뒤에는 삼성각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은 통일신라 정강왕 원년(886)에 지어졌고, 조선 인조 14년에 수등국사가 다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모니를 모시고 있으며 불단을 서쪽으로 마련하고, 부처 뒤에 탱화는 조선 순조 5년에 청도 운문사에서 그려진 것이라 한다. 지붕 처마를 받치는 양식은 공포가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도 있는 조선시대 유행한 다포양식이라 한다.

백남우 문화해설가로부터 장소를 옮기며 역사 설명을 듣는데, 아! 날씨는 계속 추웠다. 두꺼운 겉옷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우리 일행들은 꿋꿋하게, 대웅전 앞에서나 오층석탑 앞에서, 또 범종각, 부도 등 자리를 옮겨가며 진지하게 설명을 잘 들었다. 물어보는 질문에도 어린 시절 고산사로 소풍왔던 사람들이 있어서 대답을 곧잘 했다. 해설가가 보기에 우리 전원이 모범 학생들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답도 잘하고 듣는 태도가 학생들처럼 진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날씨 탓인지는 모르지만 개인 행동없이 단체로 모여 설명을 잘 듣고 있었다.

고산사에는 대전시 유형문화재 3점이 있는데 고산사 대웅전(제10호), 목조석가모니불좌상(제32호), 아미타불화(제33호)가 유형문화재다.

끝으로 개인 시간이 주어졌는데 우리 팀은 소녀들처럼 들떠서 대웅전 안도 들여다보고, 범종각에 가서는 다른 곳과 다르게 종만 있는 게 아니라 법전 사물로 법고, 운판, 목어가 있어 신기하게 느끼기도 했다. 우리는 또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깔깔거리며 웃고 정이 더 돈독해지는 순간이었다.

오늘 고산사 문화탐방을 하면서 오랜만에 조용하고 고즈넉한 아름다운 사찰에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를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야외에서 팀원들과 아기자기 이야기도 나누고 멋진 포즈의 사진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의 멋으로 남을 것이다.

내려오는 길 조남명 시인의 가을 산이 생각나 입속으로 흥얼거리며 내려왔다.

가을 산

시인/ 조남명



가을 산이 허전한 것은

그 푸르던 잎들이

욕심을 다 내려놓기 그런 거다



가을 산이 더 아파하는 것은

무성한 잎을 움켜잡았던

손을 놓는 나무에

이별을 순응하기 때문이다



가을 산이 속으로 우는 것은

여름내 울던 풀벌레 소리 간데없고

붉게 물들던 아픔들 바닥에 내려앉고

소리 없이 열매는 떨어져 내리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가을 산이 홀가분한 것은

더 자라야 하는 것도

열매를 맺어야 하는 것도 벗어나

자유로움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 같이 유익한 기회를 준 동구문화원에 감사드린다.

나영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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