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관광'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실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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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정관광'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실험하기

권선필 목원대 공공인재학부 교수·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

  • 승인 2021-11-16 10:47
  • 신문게재 2021-11-0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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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필 목원대 공공인재학부 교수·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
불현듯이 찾아온 코로나19와 함께 지낸 시간이 벌써 2년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어느 것이든 편한 게 없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그런 불편이 익숙해져 버렸다. 마스크 착용으로 시작해 비대면 회의, 재택근무, 소규모화된 결혼식, '집콕' 문화, 배달음식과 밀키트에 이르기까지, 익숙함을 넘어 즐김으로까지 발전한 변화들도 있다.

여행 문화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급격하게 변화하고 그 결과가 확고하게 자리잡힌 영역이다. 막혀버린 하늘길과 연속된 재택근무, 그에 기인한 답답함에서의 출발한 탈출 욕구는 국내 여행 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도심지를 떠나 지방으로 산과 들로 향하는 트랜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여정의 도중에 재미를 찾아 캠핑도 떠나고 맛집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더 큰 감동을 찾으려면 역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로컬여행이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여행의 감동을 배가시키려는 개인의 욕구는 그 여행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려는 심리로 이어진다. 내가 하는 여행이 지속가능한 사회 형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환경에 기여하는 여행을 구상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심리가 이러한 현상을 반증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지역사회 혹은 공동체 기반여행(community-based tourism), 공정관광(fairtourism)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원래부터 공정관광은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니는 여행객들의 무리가 폭증함에 따라 그들이 찾아다니는 관광지가 경제적·문화적·생태환경적으로 황폐해지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모델이었다. 흔히 말하는 '유명 관광지'에 수용 가능 인원수를 초과한 관광객들이 몰려들면 생태계 훼손, 쓰레기 문제, 주민 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이 벌어진다. 이것이 바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현상이다. 여행객들이 체감할 수 없는 간접적 부작용도 발생하는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만연화로 인한 주민 간 갈등, 관광 관련 업체 간의 불공정 거래, 지역 고유문화 훼손 및 파괴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정관광은 기존의 관광 산업 모델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 같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던 대안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이러한 공정관광의 흐름이 더욱 확고해져야 할 것이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도 "코로나19 이후 관광은 안전하고 공정하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의 공정관광이 새로운 가치와 트렌드를 제시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공정관광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우리 정부도 관광지의 과도한 집중을 예방하고 관광 주체, 관광 매체, 관광 객체 간의 공정한 관계 형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관광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올해 10월 14일 시행된 관광진흥법 <제48의3(지속가능한 관광활성화)>을 보면, "에너지 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환경훼손을 줄이고, 지역주민의 삶과 균형을 이루며 지역경제와 상생발전을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의 개발을 장려"라는 길고 복잡한 문구로 공정관광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이러한 취지를 살려서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지역민과 협력해 새로운 여행기반을 창출하려는 시도 중에 있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새로운 형태의 관광 사업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생활하는 지역 주변에서 더욱 여유롭고 한적하게, 천천히 여행할 수 있는 장소나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들 즉, 자신들의 마을을 여행 목적지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웃하는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공정관광은, 그 마을의 주요 콘텐츠를 기반으로 지역민들이 여행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다. 주민들이 주인된 입장에서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여행이니,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보전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지역 경제에도 직접 기여하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정관광에서 여행의 새로운 미래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공정관광은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는 우리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이다. 어색하지만 생태·환경적으로 지속가능 하면서도 공정한 생활양식을 수립하고, 낯설지만 결국 익숙해져야 할 장소에서 살아보는 게 곧 공정관광의 실천일 것이다. 공정관광을 많이 실천할수록, 우리의 지내는 시공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이 더욱 깊게 뿌리 내릴 것이다. 여행이란 지금 생활하는 터전으로 언젠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을 말한다. 떠나기 전과 돌아온 이후의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행이 존재한다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해보는 여행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권선필 목원대 공공인재학부 교수·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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