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신뢰도 최악' 대전 학교설립 행정, 이대론 안된다]
1. 엉터리 교육 수요 예측이 불러온 재앙
2. 갑천 친수구역 학생 수요 실패 악순환
3. 멀쩡한 학교 부지 반납한 용산지구
4. 도시정비사업지도 입주자 걱정 태산
5. 학교설립 제도적 문제 개선점 없나
6. 교육행정 도넘는 갑질 행위
7. 교육청 학교용지 재매입 하세월
잘못된 학생 수요 예측으로 학부모와 학생의 혼란을 부추기면서 대전 교육 당국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학생 수 증가로 학생들이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수업을 받게 되는가 하면, 개발지 내 이미 예정된 학교 부지마저 반납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 수요 예측 실패로 교육 예산 낭비는 물론 교육의 질 저하 등 학사운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현실이지만 당장 이를 타개할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신뢰도 최악, 대전 학교설립 행정 이대론 안된다'라는 주제로 기획물을 통해 학교 설립 과정에서 문제점을 파헤치고 개선 방안에 대해 다룬다. <편집자 주>
대전교육청이 학교 설립 과정에서 초등학교 수요 예측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다. 현재 대전교육청의 학생 수요 예측 실패로 꼽히는 대표적인 곳은 용산지구와 갑천 친수 2구역이다. 용산지구의 경우 '빗나간 수치'를 근거로 멀쩡하게 확보했던 초등학교 터를 반납해 애꿎은 학생들이 용산초에 마련된 임시 교실에서 수용될 예정이다. 교육청은 근처 학교에 이동형 조립식 교실을 설치해 학생들을 임시 수용하겠다는 대책을 뒤늦게 내놓았다.
내년 3월 갑천지구 친수 2구역에 개교될 예정인 대전호수초 역시 교육청의 수요 예측을 빗겨갔다. 당시 17학급(특수학급 제외) 규모로 호수초가 설계됐지만, 현재 14학급의 모듈러 교실이 추가돼 일반학급 기준 31학급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이처럼 학생 수요 예측 실패로 신도시 학교들이 개교 이후에도 수시로 건물을 증축하는가 하면 임시교실을 만드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학생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으로 꼽힌다.
신도시 내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고 개발사업이 추가돼 시간 차를 두고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개발 초기 학생 수요만 두고 당국이 학교를 신설 예측하는 점도 수요 예측을 실패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이다.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는 계획 단계부터 학교 용지를 교육 당국과 협의해야 한다. 사실상 교육 당국의 예측이 빗나가면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교육청의 '탁상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지역에서는 "백년을 내다봐야 할 교육행정이 한 치 앞도 못 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 한 학부모는 "주먹구구식 학생 수요 예측으로 가장 기본적인 교육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니냐"며 "협의 당시 학생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 '콩나물 학급'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앞을 예측하고 학교 규모를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학생 수 수요예측이 어려운 신도심 특성상 반복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대전교육청의 행정력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구본환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은 "교육청에서는 학생 수요를 예측하고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 시스템만 갖고 돌릴 게 아니다"라며 "3000세대, 5000세대 등 세대마다 학생 수가 몇 명일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 상황이라면 언제든지 수요예측이 실패할 수 있다는 건데, 시스템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식 대전교육청 행정과장은 "수요 예측은 말 그대로 결과가 나와 봐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시시각각 바뀌다 보니 학생 수요 예측이 어려운 것"이라며 "도심개발 정책이 균형 있게 가야 하는데, 이게 어긋나다 보니 여파가 기반시설인 학교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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