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2일 발굴 유해 안치식에서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
지난 6월부터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가 세종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된 2일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이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정부 주도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이 지난해부터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 962구의 유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오는 2024년 산내평화공원이 조성 완료될 때까지 세종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된다.
대전 동구와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골령골(낭동월 13번지 일대)에서 발굴 유해식 안치식을 열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지난해 산내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정부주도 발굴에서 234구의 유해가 나온 데 이어 올해는 962구가 발굴됐다. 발굴은 지난 6월 7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진행됐다.
박선주 골령골 유해발굴단 책임연구원(충북대 명예교수)는 경과보고를 통해 "골령골은 총 8개의 학살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올해는 1지점과 인근 지역을 4개 팀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962구의 유해와 유품 1606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치식에는 지난 7월 합동위령제에 이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이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했다.
정 위원장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분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일은 한편으로는 진실 규명의 차원에서, 한편으론 위로와 치유의 차원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이라며 "이곳의 유해는 대전과 충남뿐 아니라 청주와 충북, 멀리 제주와 여수, 순천에서 검거되거나 연행된 분들이 겪은 비극을 증거하고 있는 장소다. 이 유해들을 발굴하는 것은 71년 만에 우리가 이들을 불러내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위로이며 평화를 위한 화해의 출발 지점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이곳에 전국단위 국립 위령시설과 평화공원 조성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유해 발굴이 마무리되고 예정대로 국립 위령시설이 조성될 수 있도록 모든 분들께서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다시 한번 71년 만에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빌며 발굴단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욱 더 진실화해위원회가 많은 관심을 갖고 산내 골령골 평화공원 조성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6.25 전쟁 전후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장식이 2일 대전 동구 골령골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발굴된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를 운구차로 봉송하고 있다. 민간인 희생자 유해는 산내평화공원이 조성될 때까지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전 회장은 "학살지를 바라보며 탄식했다. 하늘이여, 땅이여 세상 천지 어느 민족이 이런 죽음이 또 있을까 싶어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하며 밤을 세웠다"며 "하지만 오늘은 감사한 마음이다. 늘 관심을 가져 주시고 올해 발굴 시작부터 끝까지 세심한 관심을 쏟아 주신 황인호 동구청장과 구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0여 년을 기다리다 보니 진실을 발굴하는 일은 긴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골령골 유해발굴은 골령골 희생자뿐 아니라 전국 희생자 평화공원 조성으로 평화와 인권이 살아 쉼 쉬는 세상을 만드는 큰 걸음이고 멀고 먼 발걸음이다. 끝까지 힘을 보태 주실 것으로 믿고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황인호 동구청장은 "평화와 인권, 생명을 먼저 가신 이분들을 통해 항시 되새김질해서 다시는 이땅에 한국전쟁 같은 그런 전쟁의 상흔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한 평화의 장을 반드시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추도사를 전했다. 임효인 기자
2일 열린 6.25 전쟁 전후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장식 진혼제 제례 중 천도무가 진행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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