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화학연 전문연구위원 |
안치환이 부른 '우리가 어느 별에서' 노랫말이다. 새벽 6시 전후로 운동을 나가면 캄캄하다. 한 20분 정도 걷다 보면 저 멀리 동녘에서 여명이 밝아온다. 해 뜨기 전에 먼저 수평선이나 산 위로 넓게 붉은 기운이 번진다. 마치 우리 지구 전체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는 듯. 그리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태양이 떠오른다.
세상이 많이 혼란스럽다.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매사에 무언가 둘로 갈라져 있는 느낌이다. 양극화 현상이 극심하다. 지역 간에, 세대 간에, 이념 간에, 소득 간에. 이를 극복하려면 선한 영향력이 널리 번져야 한다. 그러려면 이치와 도리에 맞는 마음가짐과 이타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다면 더 좋다. 즉, 올바른 심성을 가지고 선한 행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퍼트려야 한다. 다만, 몇 사람의 힘으론 한계가 있다. 힘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
둘러보면, 아직 밝은 분들이 많다. 그래서 희망이 보인다. 아이의 미소가 그려진 스티커에는 선한 영향력이 있다. 이 스티커가 붙은 가게에선 결식아동에게 무료로 식사를 내어준다. 머리카락을 잘라주거나 안경을 맞춰주는 곳도 있다. 2019년에 시작된 이 모임에 작년까지 700여 가게가 참여했는데, 올해에만 2천여 곳이 새로 가입했다. 코로나 사태로 힘든 와중에도 결식아동을 돕겠다는 자영업자가 3배로 늘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 고맙다. 선한 마음은 전염되듯, 착한 가게는 돈으로 혼쭐내야 한다는 시민들의 '돈쭐'도 이어진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마음이, 상대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나눔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어찌 선한 영향력이 아니던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하다. 존엄은 그 무엇과의 비교 우위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산, 학력, 지위, 출신, 성별 등 그 어떤 것과도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현대사회는 보다 높고 강한 것만을 추구한다. 또한, 격차와 차별이 자신의 존엄함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세상에서는 약한 자들은 무시당하고 버림받기 일쑤다. 선한 영향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상하게도 남에게 섭섭했던 일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데, 남에게 고마웠던 일은 슬그머니 잊혀진다. 반대로 내가 남에게 뭔가를 베풀었던 일은 오래도록 기억하면서 남에게 상처 줬던 일은 쉽사리 잊어버린다. 타인에게 도움을 받거나 은혜를 입은 일은 기억하고, 타인에 대한 원망은 잊어버린다면 우리네 삶은 훨씬 자유로울 것이다. 고마운 일만 기억하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 아닌가.
개인선(個人善)은 자신의 행복이나 자아실현 등 개인의 가치를 추구한다. 반면에, 공동선(共同善)은 구성원 모두에게 행복이나 복지 등 혜택을 준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공평, 협력, 신뢰, 연대, 정의, 가치, 존엄성 등이 포함된 개념이다. 공동선은 공동체의 가치와 전통의 틀 안에서 구성원의 자아실현과 인격완성을 추구한다. 공익적 가치를 중시한다. '착한 소비'는 공동선 실현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삶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데 꼭 필요한 행동이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걸 배우면서 세상을 더 많이 알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에 대한 편견이 더 늘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을 더 잘 이해하고픈 막연한 욕심으로 책을 사서 본다. 그 책을 읽으면 새로운 지식으로 인해 세상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을 쌓기만 하고 비워내지 않는다면, 지혜보다 오히려 편견만 키워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저 알량한 지식만으로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는 오만을 살찌울 수는 없다. 내 마음의 공간을 켜켜이 차지한 편견들을 차분히 비우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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