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트쇼에는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등 유명 화가 특별전이 함께 열리고 있으며, 청년작가들의 작품 수백 편도 감상할 수 있었다.
한국미술협회 라영태 대전시지회장은 대전전시회를 개최하며 "이번 대전전시회는 국가 간의 문화소통과 대전 미술시장의 활성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며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함께 접할 수 있는 대전 미술 축제의 장에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전시회 마지막 날인 10월31일 오후 3시경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관람객들로 붐볐다. 그 수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며 미술 세계의 새로운 변신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그러나 작품 모두를 여기에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첫 번째 관람하게 된 작품은 김영숙 화가의 '소원'이라는 작품. 가죽 천에 새 두 마리가 하늘을 향해 소원을 바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정말 우리 민족에게 통일 말고는 무슨 소원이 있을까? 5천년의 배고픔은 이미 오래전에 박정희 대통령께서 해결해 주셨으니 통일 말고는 소원이 어디 있겠는가?
수천 점이 널린 '전쟁같은 아트페어'에서 내가 정성들여 만든 작품이 팔린다는 것은 독창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김영숙의 가죽 작품은 소재의 독특함과 더불어 화려하지도 않은 채색을 통하여 그의 미적 소질을 자랑하고 있기에 전시장을 찾는 이마다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손에 들고 나가며 둥근 보름달을 입에 물고 있었다. 그만큼 김영숙 작품은 개성과 재질이 남달라 인기가 있었다.
김영숙 작가의 '자연' |
깊은 바닷속 아름다운 산호초들이 어울어진 풍경들을 상상을 통해 추상화로 그린 그림이었다.
산호초는 식물이 아닌 동물이다. 산호충강(珊瑚蟲綱 Anthozoa)에 속하는 해산 무척추동물들을 산호초라 하는데 돌이나 각질, 가죽 같은 내·외 골격이 특징이다. 산호라는 용어는 산호의 골격, 특히 돌 같은 산호의 골격에도 적용된다. 몸은 폴립으로 되어 있으며, 원통형의 구조로 아래쪽은 바닥 위에 부착되어 있고 위쪽은 중앙에 입이 있으며, 입은 촉수(觸手)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여기 권미영 작가의 '기억여행'에 등장하는 주인공 산호는 색채나 모양부터가 특이했다. 작가 권미영처럼 지적인 매력을 지닌 산호들로 소재를 삼았다. 깊은 바닷속에는 아름다운 산호는 있으나 지적인 산호는 어디든 없는 것이다. 그러나 권미영 작가의 작품 속에는 지적인 매력을 가진 산호들로 가득했다. 작품 여기저기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자신을 닮은 지적인 아름다운 산호를 그리느라고. 그래서 추상화였던 것이다.
권미영 화가의 '기억여행' |
김진흥 화가의 '함께 살아가다' |
김작가는 물속의 황금색 잉어와, 검정색 잉어들이 서로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다시 말해 동서의 구분이 없고, 인종의 구별이 없는 것이다. 6,25 전쟁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작가의 마음에서 어찌 그런 생각이 떠 올랐을까? 요즘 피비린내 날 정도의 이념대립이 마음에 거슬렸기 때문일까? 세상을 직관한 그의 예리한 눈동자가 아름답기에 앞서 날카롭기까지 하다.
금란 화가의 '둥글둥글' |
백 작가는 꿈꾸는 정원을 그리되 꽃들은 보이지 않고,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만을 보이게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그것도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거센 파도와 함께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을. 작가의 고고한 성격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무엇을 느꼈기에 이런 정원의 모습을 그려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했던 것인가? 백작가는 아마도 차가운 날개바람 흔들리는 갈잎을 울리며 검은새 훨훨 날으는 바닷가에 외로운 발걸음을 한 적이 있었나보다. 백작가는 추억의 정 그리워서 흔들리는 갈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백혜옥 화가의 '꿈꾸는 정원' |
작가 박근아는 '뻔한 사람'이라는 주제를 정해놓고 온몸에 문신을 한 여인을 그렸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음료가 들어있는 병으로 그곳을 가리는 기교를 부렸다.
문신의 풍습은 원시시대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고대문명의 발생지인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등. 이곳에서 발굴된 미라에서도 문신이 새겨져 있었으니 인류 문신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문신은 주술적 행위이기도, 아름다움을 위한 장식적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 박근아에 나오는 여인은 파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에 육체마저 헤비급이다. 그리고 제목을 '뻔한 사람'이라는 익살맞은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바람나기에 알맞은 뻔한 여인이란 말인가? 아니면 절대로 가정주부나 요조숙녀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의 뻔한 여인이란 말인가? 그 궁금증은 훗날 작가와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해 보리라.
박근아 작가의 '뻔한 사람' |
에너지는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만물은 에너지를 얻고 생성하고 발산한다. 이 세 가지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눈으로 보이는 입체적인 작품(3D Energy)을 통해 바쁜 일상으로 지친 우리의 삶과 세상 만물의 필연적인 동질성을 자연과 인간의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표현된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보이고자 했던 것이다.
에너지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생명의 원천이다. 지구상 모든 생물이 에너지에 의해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서로의 관계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간다. 작가는 에너지의 근원을 포근한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긍정적이고 무한한 사랑으로 보았다.
작품을 마주하고 감정을 교감하고 느끼는 이들이 실과 뜨개질이라는 매체를 통해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고 삶의 에너지와 사랑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정우경 화가의 '에너지' |
문작가의 마음씨는 얼마나 착할까? 문 작가가 그린 작품속의 여인은 기형아처럼 생겼다. 몸통 모습은 물론이려니와 팔과 다리. 그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눈의 모습도 분명 기형아이다. 우리 부모님은 왜 나를 이렇게 못난이로 낳아주셨을까?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나 문선미 작가는 그가 흐르는 눈물에 공감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눈물을 진주로 변신시키고 그 변신된 진주를 한올한올 이어서 목걸이로 만들어 울고있는 아가씨를 달래주었던 것이다.
문선미 작가의 눈물
아홉 번째 작품은 최기정 작가의 나로부터'.
작품에서 투명한 아크릴판 표면을 수백 번, 수천 번 긁어서(스크레치) 만든 깃털 이미지지다. 몸통 없는 깃털은 홀가분한 상태에서 유희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작품에서 몇 가지 구성요소를 선택한 깃털과 새장, 곤충과 물고기 같은 요소는 물속 또는 들판의 풍경부터 수직 수평의 추상까지 아우르는 계열로 확장하고 있다. 한지 위 먹이 그려진 바탕화면과 상호작용하는 아크릴판은 보호와 투과라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떨어진 깃털에서 새생명을 불어 넣어 주는 작업이다.
가벼운 존재의 무게를 더 비우고, 무거운 기억에서 가벼워지는 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최기정 화가의 '나로부터' |
아쉬운 점은 전시된 수많은 작품들을 모두 소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작품의 등장인물이나 배경, 소재, 재료, 작가, 제목 등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관람할 기회가 되면 작가의 입장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대화도 나누어 보리라.
김용복/ 예술 평론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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