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작품이 여러가지 의미로 읽히고 사유되는 것은 작품을 읽는 사람의 눈에 달렸다. 저마다의 가치관과 문화적 배경을 거쳐 읽히는 작품속 세계는 그래서 시대에 따라 국적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평가된다. 시대와 문화적 차이를 관통하는 보편의 가치관을 담고있는 고전이 명작으로 높게 평가 받는 것도 그 이유다. 그래서 누구나 그 작품을 읽고 보는 사람이라면 평론가이자 비평가다.
하지만, 평론을 업으로 삼는다면 어떨까? 일반적인 평론가에 대한 시선은 '마르고, 날카롭고, 비관적인데다' 언제든지 신랄한 비판을 준비하고 있는 '궁극의 부정적인' 이미지다. 박제된 평론가의 직업의 세계를 내밀히 엿볼수 있는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자수가 놓인 앞면보다 실이 지나간 뒷면을 보는', '완성 본을 모르는 채 미스터리 니트를 뜨는' 비평가의 일상을 에세이 '세 개의 바늘'(소유정 지음, 민음사 펴냄, 252쪽)에 담았다면 '판타지 동화를 읽습니다'(김서정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80쪽)는 동화작가이자 평론가, 번역가로 활동하는 작가가 20년만에 내 놓은 판타지 비평이자 독서 에세이다.
▲#평론가는 #바늘로 #이면을 만지는 것 =문학평론가 4년차인 소유정의 '세개의 바늘'은 '문학평론'을 하는 자신의 이야기다. 보통 평론가가 자신에 대해 말하는 대신 작가에 대해 말을 하는 것과는 반대로 소유정은 책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문학, 말하기와 쓰기, 묻고 답하기를 부지런히 글로 옮겼다. 제목 '세개의 바늘'은 우연히 본 사주에서 '현침살'이라는 세개의 바늘이 인생에 있다는 역술가의 말을 듣고 자신의 직업으로 대입해본 에피소드에서 따왔다. 문학 평론가 소유정은 문학은 자수와 뜨개와 같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면 남는 해소되지 않는 물음은 마치 자수의뒷면을 보았을때 매듭지어져 엉켜 있거나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실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다시 텍스트를 살며 엉킨 부분을 살살 풀어 줄수 없는지 꼼꼼하게 만지는 일을 비평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자수나 뜨게의 결과물에 대한 품평이 아니라 해소돼야 하는 부분을 풀어주고 길게 남은 의문을 깔끔하게 잘라 산뜻하게 매듭짓는 일이 비평인 것이다. 폭신하게 잡히는 뜨개와 결이 보이는 자수는 쉽게 잡히지 않는 시와 속이 보이지 않는 소설을 바늘로 이어 포근한 스웨터, 훌륭한 자수로 만드는 비평가의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현실너머 #판타지 #동화=옥스퍼드 사전은 '판타지'를 '현실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을 상상력의 힘을 빌려 어떤 특정한 모양으로 바꾸어 놓는 활동이나 힘 또는 그 결과'라고 규정했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것, 현실적으로는 있을수 없는 일이 일어나도록 꾸미고 그것을 사람들이 보고 들을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동화작가이자 평론가이며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내놓은 '판타지 동화를 읽습니다'는 판타지의 고전이라 불리는 대표 작품과 2000년대 이후 국내 판타지 동화의 흐름을 도도히 이어가는 작품, 작가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이세계와는 다른 또다른 세계, 다른 사람은 생각지도 못했던 나만의 세계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내놓아, 읽는 이를 놀라고 감탄하게 하는 이야기'라고 판타지를 규정한 작가는 '환상의 힘에서 비롯된' 판타지 동화를 통해 아이들의 기쁨과 카타르시스, 성장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톨킨, 루이스 캐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판타지 대가들의 작품 분석을 비롯해 독일과 영국, 미국을 중심으로 판타지의 발전 과정을 설명한 전반적인 지형도와 함께 서구 세계의 판타지와 국내 세계의 판타지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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