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인 /대학생(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
세계 인류의 절반이 생의 반 이상, 수십 년간 생리한다. 그런데도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를 금기시하는 문화는 지속 되어 왔다.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리대 광고에서도 생리 자체를 표현하기 꺼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생리대 가격거품과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생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탐폰(생리대)을 살 때 무려 19%의 세금이 부과됐다. 캐비어나 송로버섯, 책과 유화작품에는 7%밖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생리대에 부과하는 세금은 엄청나다. 왜 이런 세금이 측정되었는지 살펴보면, 1963년 독일 의회에서 세법을 측정하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였다. 당시 그들은 여성의 생리대를 사치품으로 보았고, 그에 해당하는 19%라는 세금을 부과한 것.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이 세금이 2019년까지 유지됐다는 점이다.
이런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한 생리대 스타트업 회사는 정부에 진정서를 내려고 1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없었고, 고심 끝에 생각해낸 것이 책에 부록으로 탐폰을 넣어 파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탐폰 북'이다. 이는 15만 명의 국민청원을 끌어내며 독일 의회에 세금폐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월경은 럭셔리가 아니다'라는 또 다른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결국, 무려 50년 넘게 이어져 오던 19%의 세금을 7%로 낮추는 데 성공하며, 2019년 칸 광고제 PR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탐폰 북' 광고는 많은 사람의 인식개선과 사회 문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해답을 준 광고다.
전 세계 78%의 여성이 생리를 다른 말로 돌려 표현하며, 그 표현은 약 5000여 개나 된다. 우리나라는 '그 날'. '마법'이라고 하는가 하면 '딸기 주간'이나 '꼬마 여자애가 내 안에' 혹은 '토마토 수프가 너무 많이 익었다'라고도 한다. 그리고 2018년 드디어 국내에 생리를 '생리'라고 한 광고가 나왔고,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생리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물론 파란 피가 아닌 빨간 피, 생리 중 여성이 겪는 현실적인 상황이 등장하는 광고도 나왔다.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긍정적인 것도 있었지만 카페나 지식인에는 혐오감을 드러내며 "당장 광고 내리게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자라나는 호기심 많은 남자아이에게 노출시켜야 하냐"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더 많은 생리대 브랜드가 생리를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다. 스브스가 선정한 예전 생리대 광고 3대 원칙('그 날', '하얀색의 깨끗하고 상큼한 느낌', 'SF 같은 파란 액체')에서 많이 벗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생리대는 피임약과 더불어 상품으로 보편화 되면서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선택이어야 한다. 생리를 금기시하는 문화는 자라나는 소녀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이해하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 생리혈을 파란색으로 인식하거나 생리가 놀림거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먼저 마련된다면 관련 용품들의 발전과 여성들의 삶의 질도 개선될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이 월경권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유해인 / 대학생(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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