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김진흥 화백의 '함께 살아가다'의 회화적 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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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김진흥 화백의 '함께 살아가다'의 회화적 발산

장주영/ 수필가, 교사

  • 승인 2021-10-31 11:26
  • 수정 2021-10-31 11:2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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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흥화백, 그리고 수민이와 함께
"선생님,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수학 시간이 되면 꼭 따라오는 어김없는 그녀의 선택! 그건 바로 화장실 다녀오기...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덜어보고자 하는 7반 수민이의 초지일관 몸부림. 내 밥벌이 수단인 수학 지도를 내려놓게 하는 이 외침은 내 수업의 브레이크요, 빨간 신호등이었다. 하지만, '수학이 싫지, 선생님은 좋아요'라고 말하는 수민이가 밉지 않았다. 수민이는 피아노를 수준급으로 치는 예쁜 학생이었다.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오후, 수민이와 나는 함께 손잡고 대전국제아트쇼 미술 전시회장을 찾았다.

우리 학교 국어 교사면서 미술 작가인 김진흥 선생님. 제자와 오라며 흔쾌히 주신 초대권으로 전시장에 들어섰을땐 200여 작가의 수천점 예술로 가득한 큰 규모에 무척 설레였다.



김진흥 선생님과 단아하신 사모님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그리기 좋아하는 선생님은 국어 전공이지만 8년을 유화에 몰입하셨다고 한다. 작품 제목은 모두 '함께 살아가다'이다. 삶에 대한 주관을 회화로 녹여내어 본질만 남긴 추상 세계가 수준 높았다.

'함께 살아가다'라는 제목을 정한 이유를 물었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양과 종류가 다른 식물들이 모여 조화롭고 아름다운 숲을 이룬다. 같은 이치로 다양한 기질과 성격을 가진 인간들이 조화를 이루고 사랑하면서 살아갈 때 행복이 넘치리라 확신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엄청난 혜택에 늘 감사한다. 그래서 그림의 모티브를 자연에서 찾게 되었고 추상화하였다. 작품이 완성된 후, 감상하는 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접할 때 기쁨과 성취감을 맛보게 되었다. 이제는 그림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 가고 있다. 그림은 대상을 화폭에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물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작가의 최근 4년간의 작품의 변화는 추상성이다.

김 화백의 작품, '함께 살아가다 1, 4, 5'를 살펴보자. 그림의 기법은 붓, 나이프, 조각칼 등을 사용하여 스크래치와 찍기 기법을 사용하여 표현하였다. 그래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부분과 거친 부분, 투박하고 뾰족한 부분들이 공존한다. 많은 선들로 분리했고 다른 색을 입혔다. 차가움과 따뜻함, 피어나는 봄과 시들어가는 가을이 들어있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부드러움을 갖춘 하나의 꽃이다. 다름과 개성을 수용하는 포용(包容)의 세계가 보인다. 그리고 모두 각양각색이지만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꽃이 된다. 인간사 복잡한 세상이지만 그 또한 자연의 일부다.

작품 '함께 살아가다 6'는 올해 그린 작품으로 다름의 본질만 남겼다. 다양한 크기의 원, 삼각형, 사각형, 마름모, 타원 위에 직선을 그었다. 여러 가지 도형은 서로 다른 사람을, 그 위에 여러 색의 직선은 사람마다의 다른 시각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쁘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점이 다름을 나타냈다. 누구나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걸 감싸는 포용력을 마름모로 추상화하였다. 재미난 것이 있다. 같은 색의 도형인데 위에 그려진 직선의 색과 방향에 의해 도형이 서로 다르게 보이는 착시 현상이다. 본질이 같은 것도 사람마다의 관점의 차이로 해석이 달라짐을 착시 현상으로 대변한다. 작가는 인간의 다름을 창조적으로 다루며, 서로의 융합을 강조한다. 자신 고유의 성질은 유지한 채 장르를 넘나드는 개성을 전체 속에서 하나로 만든다. 1차원적 단순한 부분으로부터 모여 진화된 2차원적 전체는 '함께 살아간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시간이라는 깊이를 안겨주며 3차원적 새로움을 선사한다. 이 모든 것을 형태와 질감, 색과 방향으로 가장 단순화 시켜 작가만의 철학을 회화로 발산했다.

"저와 다른 부류의 사람들 같아요."

대전국제아트쇼를 모두 둘러본 수민이의 첫 말.

전시장과 차 안에서 마음을 열며 여러 진실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래희망, 하루 일과, 부모님 이야기, 친구 이야기… 그리고 우리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 것은 저녁식사. 수민이가 제일 좋아한다는 메뉴인 부대찌개였다. 배도 고프고 맛도 좋아 공기밥에 납작당면, 라면사리까지 싹싹 비운 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극찬한다. 우리를 각자의 우리에서 하나로 만든 부대찌개. 수학으로 만나면 웬수, 부대찌개로 만나면 깐부다!

수민이의 마지막 말.

"선생님, 저는 주인공이 되고 싶어요."

피아니스트가 되면 우리 수민이는 꿈을 이룬다. 대전국제아트쇼의 예술가와 같은 부류가 된다. 단계를 밟으려면 음대도 가야한다.

대전도시과학고등학교에서 만난 아주 다른 너와 나,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부터 우리가 학교에서 3년간 '함께 살아가려면', 색과 질감이 다른 누군가의 전문적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수민이가 큰 꽃이 될 수 있는 미래가 펼쳐지기를…. 그 사이 선생님이 널 꼭 쳐다보고 있을께. 넌 할 수 있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눈내릴 때 쯤, 부대찌개 한번 또 땡기자꾸나!

장주영/ 수필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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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 수필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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