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강 대전시치과의사회 감사와 치위생사인 그의 부인이 지난달 27일 대전시장애인치과진료소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지난달 28일 오전에 찾은 대전 유성 봉명동 성세병원에 '대전시 장애인치과진료소'는 사전 예약을 통해 이날 진료를 접수한 복지시설 생활인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료를 기다리는 5~6명의 환자들은 정신지체 등의 장애를 겪는 이들로 복지시설의 직원의 안내를 받아 이날 치과진료소를 찾았다. 병원을 이용할 때 장애인이 겪는 불편은 비장애인보다 더 큰데 특히 치과 진료는 장애인의 진료 접근성이 낮은 분야중 하나다. 입을 벌리고 치아를 의사에게 보이는 행위부터 진료가 이뤄지는 동안 의사가 요구대로 입을 다물지 않고 참는 행위가 정신지체 장애인에게서는 협조받기 어려워 일반 치과병원에서는 진료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성세병원에 마련된 장애인치과진료소는 2007년 대전시치과의사회 회원들의 결의와 대전시의 정책 협조로 운영되기 시작해 매주 한 차례씩 치과의사회 회원들이 돌아가며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이날은 치과의사 허익강 씨와 치위생사인 그의 부인이 나와 장애인 환자들의 구강진료를 담당했다.
진료소에 기자가 머문 90분 동안 다행히도 환자들은 의료진의 요구에 협조해 의자에 누워 치아를 내보이는 행위가 어렵지 않게 진행됐다.
함께 생활하는 복지시설 직원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사전에 어떤 진료가 이뤄지는지 설명한 덕분으로 보였다.
장애인 환자가 진료 중 갑자기 움직여 다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자들이 진료를 돕고 있다. |
이날 시설 생활인을 안내해 진료소를 찾은 복지시설 직원은 "정신지체의 생활인께서 충치가 생겨도 아프다는 증상을 호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정기적인 치과 진료가 필요한데 일반 병의원에서는 비장애인들의 시선도 있고 진료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어려움도 있어 찾아가기 어렵다"라며 "장애인 전용 치과진료소가 그나마 이곳에서 운영되고 있어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 대전시장애인치과진료소는 매주 수요일 사전에 예약한 장애인들에게 충치와 잇몸치료, 보철, 틀니 등의 진료를 제공한다. 치과의사회 회원들이 순서를 정해 진료소에 문을 열고 있으며, 치과의료진에 호흡이 중요해 함께 일하는 의사와 치위생사가 한 팀이 되어 봉사한다.
치과진료가 필요한 장애인이나 복지시설은 대전시치과의사회에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이날 진료소에서 만난 허익강 M치과 원장은 이미 대전역 앞에서 오랫동안 무료진료소를 운영할 정도로 평소에도 봉사를 실천해왔고, 코로나19로 잠시 휴지기를 가진 후 오랜만에 문을 연 장애인치과진료소가 특히 반갑다는 소감을 전했다.
허익강 원장은 "의사면허를 취득할 때부터 혼자 살지 말고 이웃에 봉사하며 지내자는 결심을 했고, 무료진료소와 이곳 진료소는 봉사를 위한 작은 실천"이라며 "오늘처럼 장애인환자를 진료할 때 함께 생활하는 복지시설 종사자들도 생활인의 구강관리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뤄질 수 있어 보람있는 봉사"라고 설명했다.
조영진 대전시치과의사회장은 "2007년부터 의사회 회원들이 기부와 봉사로 장애인진료소 운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중단 없이 이어올 수 있어 감사한 일"이라며 "대전에도 장애인 치과진료 전문기관이 설립될 수 있도록 의사회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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