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괴정동 유적에서 발굴된 검은 간토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 |
대전 괴정동에서 출토된 청동기 유물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기 유물들로 역사적 가치가 높지만 대전이 아닌 중앙박물관에서 있어 지역민들은 유물 원본조차 보기 어렵다.
유적일대의 문화재 지정과 역사 공원화가 10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가에 귀속된 유물의 이양에도 소극적인 대전시의 문화재 정책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본보 10월 28일 자 보도>
2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대전 괴정동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기 유물은 국가 귀속 유물로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1967년 발굴 당시 대전에 유물을 소장할 마땅한 박물관조차 없었을 뿐더러 2000년대 이전까진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은 대부분 중앙박물관에 소장됐기 때문이다.
중앙박물관이 소장하게 되면서 정작 출토 지역인 대전에서는 유물의 실물조차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대전선사박물관에 전시된 괴정동 청동기 유물은 복제품이다.
지역의 한 학예사는 "대전선사박물관 재개관 당시 유물 대여를 요청했었지만 상설 전시 중이라며 허락해주지 않은 적도 있었다"며 "지역박물관의 보존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중앙박물관에선 장기대여조차 잘 해주지 않는다. 그런 명분이라면 나라에서 시설환경에 대한 지원을 해주고 관련 교육을 시키면 되는 일이지만 보관 수준이 안 되니까 못 주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역사적인 유물인 만큼 유물 소유권을 대전으로 이양하거나 장기대여만이라도 가능하게 해 대전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는 지역에서 유물이 발굴된 경우 발굴된 유물에 대한 전문가들의 선별회의를 거쳐 국가 귀속 여부를 정하지만 여전히 가치가 높은 유물은 국가로 귀속되는 실정이다. 다만 지역에 유물 위임 기관으로 선정된 곳이 있다면 중앙이 아닌 지역에 보관할 수 있다. 이미 국가로 귀속된 유물이라도 중앙박물관과 위임기관 간의 협의를 통해 지자체로 이관될 가능성도 있다.
지역의 문화유산 전문가는 "괴정동 유적이 대전 최초의 발굴 유적이고 청동기 문화의 중심지로 대전의 역사관광 콘텐츠로서 활용할 수도 있는 만큼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도록 시립박물관에서 장기 대여라도 시도 했으면 한다"며 "국가 귀속 유물을 지역으로 이양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인 만큼 행정의 의지와 시민들의 의지가 모아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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