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시집온 10년 차 주부의 눈에도 10월의 하늘은 유난히도 높고 파랗게 보인다.
높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면 저절로 애국가 3절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을 노래하게 된다.
집 근처 들판에는 황금빛 풍요로움이 물들고, 산에는 온통 붉고 노랗게 타오르는 단풍이 내 마음을 황홀하게 한다.
건조하고 몹시 더워서 산에 나무가 많지 않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자란 나에게 한국의 가을 풍경은 그야말로 신세계 그 자체이다.
이렇듯 한국의 가을 풍경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단풍이다.
단풍이 드는 원리는 나무가 월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잎 속에 있는 엽록소가 파괴되고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카로틴이나 크산토필 등의 색소가 드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단풍나무들은 갑작스러운 기상변화 없이 기온이 서서히 낮아지고,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충분한 일사량, 적절한 습도 등의 조건이 맞아야 본연의 색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매혹적인 단풍이 드는 데는 급격한 기온의 하강이나 습도 등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바로 한국의 멋진 가을 날씨가 이렇듯 곱고 멋진 단풍을 만들어 낸다.
올해 단풍은 예년보다 조금 늦게 시작됐고 평년 수준에 못 미친다.
그 이유는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이어진 늦더위의 영향이라고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산과 자연 속의 단풍은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하기에 찾고 즐기는 것은 오로지 우리들의 몫이다.
기후 온난화와 이상기온 등 환경보존에 대한 대책이 더욱 절실한 과제로 남는다.
이번 주말에는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가족과 함께 천안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길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느껴보려고 한다. 바포에바 주흐로 명예기자(우즈베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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