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계절변화와 몸의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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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계절변화와 몸의 관리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정책부 한의정책팀장

  • 승인 2021-10-28 10:03
  • 신문게재 2021-10-29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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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정책부 한의정책팀장
가을이 되면 입으려고, 꺼내놓았던 옷들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겨울옷들을 주섬주섬 꺼내놓았다. 얼마 전에 어느 라디오에서 DJ가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봄, 여~~~름, 갈, 겨~~~울로 바뀌고 있다 라는 얘기를 했다. 원래 가을은 짧은 게 항상 좀 아쉬운 계절이니, 이맘때쯤이면 맨날 저러는구나 했는데, 올해 날씨는 유독 체감이 된다.

원래 환절기는 우리 몸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다. 특히, 겨울이 시작되는 무렵에는 우리 몸도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을 버틸 수 있도록 내부 효율성을 우선시하게 된다. 날씨가 따뜻할 동안 축적해 온 에너지원의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겨울을 지내야 하는 것이다. 당장 몸의 활동, 신체 내부의 활동, 감정적 활동을 최대한 줄이도록 몸을 변화시켜야 한다. 모든 에너지원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곳으로 수송량을 늘리고, 나머지 지엽적인 곳으로는 수송을 줄인다. 또한 차가운 날씨로부터 보온과 단열을 위해 근육과 기관지도 수축하여 최대한 차가운 공기와의 접촉을 막게 된다. 이러한 부분들은 생존을 위해 지구의 생명체들이 오랜 기간 습득한 노하우가 몸에 각인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 신체의 기능조정이 자연스럽고 편하지만은 않다. 신체 말단으로 혈액이 잘 가지 않으니, 손끝이 시리고 편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근육의 긴장감이 높아져서, 쉽게 부상을 입기도 한다. 기관지도 좁아지다 보니, 호흡은 짧아지고 숨은 가빠진다. 정서적인 위축은 우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러한 신체의 기능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기저질환자와 노인들의 경우에는 심각한 건강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겨울철에 노인들의 사망률은 특히 높다. 인류의 생존에 필요했던 장기적인 진화가 당장 단기간의 현대인의 생활에는 불편함뿐만 아니라 건강의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면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잠시, '과학'과 '근거'라는 안경을 내려놓고, '철학'과 '지혜'의 눈으로 고전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와 환경이 하나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절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주목해 왔다. 동양 전통의학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사기조신대론(四氣調身大論)편에 그 내용이 잘 기술되어 있다. 사기조신대론이라는 뜻부터가 풀이하자면 계절에 대비한 신체관리법이라는 뜻이다.



사기조신대론에서는 가을은 하늘이 숙살(肅殺)의 기운을 띠는 계절이니 사람은 그에 맞추어 몸의 기운을 안으로 잘 갈무리하라고 되어 있다. 숙살이라는 것은 뜻부터가 죽인다는 뜻이다. 가을은 하늘이 땅을 죽이려고 하는 시기이니, 봄·여름 동안 무성하게 펼쳐왔던 것을 잘 정리하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야 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해가 지는 시간이 빨라진 만큼 일찍 자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밖으로 향했던 마음을 거두어들이는 시기라고 되어 있다.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되도록 산란스럽지 않게 하라고 한다. 그리고 겨울의 기운을 폐장(閉藏)이라고 한다. 이제 가을에 남긴 것을 안으로 감추어 두는 계절이다. 가을에 잘 거두었으면, 추위가 그것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봄이 올 때까지 꽁꽁 잘 갈무리 해두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조와만기(早臥晩起)라고 하여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고, 항상 충분히 햇볕을 쬐고 몸을 따뜻하게 하라고 되어 있다. 마음 또한 차분하고 냉정하게 안으로 수렴하고 밖으로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제 고전에서 얘기하는 건강관리 방식대로 계절을 나기가 어렵다. 현대사회에서는 우리 신체의 사용방식을 환경과 자연에 맞추기보다는 사회시스템과 업무에 맞추기를 더 원한다(겨울이라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야 되기 때문에 일찍 퇴근하겠다고 상사에게 얘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몸의 건강을 위해서는 인터넷에 풍부하게 나와 있는 환절기 건강관리 방법을 따라야 할 것 같다. 다만, 마음만이라도 가을과 겨울에 맞는 적당히 차분한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한다.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정책부 한의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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