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향한 서구의 큰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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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향한 서구의 큰 걸음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 승인 2021-10-27 09:59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장종태 청장님 사진
장종태 서구청장
무더위가 한창이던 2019년 8월, 봉산초등학교에서 열린 마을 행사를 잊을 수가 없다. 그날 행사는 서구 최초로 주민자치회 시범 동으로 선정된 갈마1동 마을총회였다. 크고 작은 마을 행사를 수없이 다녔지만, 그날처럼 주민들이 눈과 귀를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곳에서 서구의 주민자치회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10월 29일, 제9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서구는 23개 모든 동(洞)에서 주민자치회가 출범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게 됐다.

주민자치회는 글자 그대로 주민들의 대표 기구이자 읍면동의 민·관 협치 기구이다.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진일보해 주민이 직접 자치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결정된 자치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그동안 주민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 수혜자에 머물렀다. 하지만 주민자치회가 각 동에 구성되면 주민들이 직접 동네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결정할 수 있다. 정책 수혜자라는 수동적 위치에서 정책 설계자, 실행자라는 능동적 위치로 바뀌게 된다.



서구청장으로 민선 6기, 7기를 거치는 동안 들었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어떻게 하면 주민에게 행정을 돌려줄 수 있을까'였다. 그 해답은 주민자치에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민선 6기부터 준비에 들어가 민선 7기에 우리 구의 모든 동에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마침내 시범 동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동마다 본격적인 주민자치회 전환에 돌입했다. 코로나 19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확산했지만, 전대미문의 역병도 자치분권과 주민자치를 향한 우리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우리도 이제 '위드(with) 코로나'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바이러스를 사멸시키지는 못했지만,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범적인 K-방역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정부의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이 코로나 19 집단 감염과 대규모 지역 확산을 막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지방정부에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주어졌을 때, 지역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했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우리는 코로나 19 방역 과정에서 다시 한번 경험하고 목격했다.

올해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을 맞는다. 5·16 군사 쿠데타로 폐지됐던 지방자치제도를 부활시킨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이었다. 1990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은 목숨을 건 단식으로 지방자치의 길을 다시 열었고, 노무현 정부도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도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32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으며 이른바 '자치분권 2.0' 시대를 열기 위한 제도적 여건을 마련했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는 이음동의어였던 셈이다.

중앙정부로부터의 분권이 지방자치의 필요조건이라면, 주민이 주인인 주민자치는 충분조건이다. 서구는 23개 모든 동의 주민자치회 출범으로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자치분권 2.0 시대를 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완전한 주민 중심의 생활 자치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가을 수확을 위해 열심히 밭을 가는 농부의 마음으로, 지방자치라는 나무가 튼튼하게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할 생각이다.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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