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옛 충남도청 활용과 공심(公心)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옛 충남도청 활용과 공심(公心)

한세화 디지털룸 1팀 기자

  • 승인 2021-10-27 10:04
  • 수정 2021-10-27 14:07
  • 신문게재 2021-10-27 18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소
한세화 디지털룸 기자
'나의 살던 고향은' 대전시 중구 선화동이다. 옛 충남도청이 있는 곳이다. 선화동은 과거 대흥동, 은행동과 함께 대전원도심을 대표하는 '핫플'이었다. 1990년대 초 둔산지구 개발 이전, 주요 기관과 관공서가 포진해 공무원이나 '사'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많이 살았다. 소위 알부자도 꽤 있었다. 초등시절 부모직업이 의사나 변호사인 친구가 한 반에 몇 명씩 있었고, 은행동 시내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금은방 아들도 같은 반 친구였다. 어린이날이면 도청부터 대전역까지 일직선으로 뻗은 중앙로를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 축제를 열었다. 국가기념일에는 화려한 퍼레이드도 펼쳤는데, 시가 행렬이 도청사에 진입했을 때 축제는 절정에 달했다. 그때 화려한 거리공연을 보기 위해 엄마 손을 붙잡고 중앙로를 활보하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옛 충남도청은 당시 대전시민들의 문화 구심점이자 향유의 '국룰' 공간이었다.

최근 대전시민들의 정서적 고향인 옛 충남도청이 위기국면을 맞았다. 지난 2차 회의 때 논의항목에서 제외되면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연수원 건립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문체부는 자문회의를 통해 미술관 수장고와 함께 인재개발원 조성 입장을 밝혔다. 표현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결국 문체부 공무원들 필요에 의한 행정공간으로 사용하겠다는 말이다. 첫 회의 때 100개가 넘는 객실에 세탁실에 라운지까지 계획했다는 점에서 진천의 공무원인재개발원이나 아산 경찰연수원 등과 다른 점을 찾기가 어렵다. 결국 시민대학과 공무원연수원을 맞바꿔야 하는 셈이다. 도심에서 벗어나 외곽에 조성하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도심 한복판, 원도심의 심장부와 같은 곳에 연수원을 들인다는 문체부의 발상은 명백한 공심(公心)의 배반이다.

내달 중순이면 문체부가 발주한 한국관광연구원의 '옛 충남도청사 활용방안' 용역결과가 나온다. 논의가 이어질수록 연수원 건립이 가시화하는 뉘앙스에, 국가등록문화재 근대건축물이 포함된 공간이 정부부처의 행정처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며 자문에 참여했던 전문가들마저 회의감을 드러낸다. 협상의 주체인 대전시의 문화의식 빠진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도청특별법의 '무상양여·대부'도 활용하지 못하는 데다, 올해에만 수차례 기본구상계획을 변경하는 등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을 짜지 못하는 팔랑귀도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술관 개방형 수장고만 사수하면 여타 기관들은 부지 소유주인 문체부 손을 들어줘야 한다는 시의 입장은 어쩌면 문체부보다 더 극악한 공심의 배반일 것이다.

공심(公心)은 공평한 마음이며, 경계를 나누지 않는 마음이다. 대전시민이 곧 국민이며, 대전시민을 위하는 행정이 곧 국민을 위하는 일이다. 내년 초 선거철이 돌아온다. '옛 충남도청 활용방안'을 해묵은 과제가 아닌 대전의 정체성을 집약할 공간으로의 마지막 기회로 승화하길 바라본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