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인근 이주민 운영 식당 |
한국사회에서 이주민 유입 역사가 40년이 돼 가지만 편견 어린 시선과 무관심이 여전한 만큼 지역의 문화다양성 첫걸음은 이주민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대전문화단체 '공간 구석으로부터'가 법무부 지역별 등록외국인 현황과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 통계를 재구성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전의 이주민(체류외국인, 결혼이민자, 유학생)은 1만 8915명이다. 지난 2019년엔 2만 1128명, 2018년 2만 202명, 2017년 1만 9448명, 2016년 1만 8958명으로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이주민 수가 줄었지만 2016년부터 대전에 거주하는 이주민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대전에 이주민이 많아지는 이유는 대전이 교통의 중심지로서 인근 지역의 이주민들이 모이기 좋고 충남대, 우송대, 카이스트 등 대학의 유학생 신분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대전역 부근에서 이주민이 운영하는 점포는 20여 곳에 달한다.
하지만 이주민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특히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출신 이주민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보거나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에 마음의 문을 닫은 이주민들도 많다.
그동안 대전의 이주민 현황을 조사해 온 이혜영 문화연구자는 "가난한 나라 출신의 결혼이민자라는 편견에 빠져 동남아 출신 이민자들을 동정하는 한국인들이 많지만 그들도 대전에서 무역 사업을 하는 등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며 "술을 먹고 여성 이주민에게 행패를 부리는 이들도 많아 대전의 이주민 운영 점포 중에는 한국 손님을 받지 않는 식당도 여럿 있다"고 설명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식의 이주민들의 고유 문화를 무시하고 우리나라 문화에 동화되길 원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실제로 대전의 한 캄보디아 식당 운영자는 "캄보디아는 식당마다 노래방 기기가 있어 밥을 먹으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일상적인 문화지만 한국 손님들이 불편하다고 눈치를 주면서 더는 한국 사람들을 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행정적인 불편도 한몫한다. 대전에서 네팔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주민은 학생 비자에서 비즈니스 비자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행정의 무관심으로 4개월 동안 비자가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전은 그동안 이민자와 선주민 간의 접점이 없었을뿐더러 다문화와 관련된 정책적 관심 부재로 다양한 다문화 담론이 형성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최근 문화다양성이 전국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대전의 문화다양성의 첫걸음은 이주민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류유선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주민들이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이거나 내국인들의 직장을 빼앗는 사람이 아닌 이 지역의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일부인 만큼 지역민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미 대전에 이주민들이 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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