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의 장르는 다양하게 출제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분야는 사자성어와 고사성어다. 사자성어(四字成語)는 한자 네 자로 이루어진 성어로 교훈이나 유래를 담고 있다.
고사성어(故事成語)는 옛이야기에서 유래한, 한자로 이루어진 말을 의미한다. 대표적 사자성어로는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가 꼽힌다. 잘 알려진 고사성어엔? 각주구검(刻舟求劍)을 들 수 있다.
융통성 없이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생각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이다.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뜻이다.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음을 비웃는 표현이다. 그런데 라디오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한 애청자 대부분이 사자성어와 고사성어에 약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프로그램이 더욱 인기몰이하는 이유는, 출연자들이 맞추지 못한 문제를 진행자가 즉각 애청자들에게 넘긴다는 것이다. 덕분에 문제를 맞히고 제주도 오메기떡을 선물로 받기까지 했다.
내가 이처럼 사자성어 혹은 고사성어를 잘 아는 것은 평소 책을 많이 읽는 등 지력(知力)에 몰두한 덕분이다. 사자성어와 연관된 저서를 두 권이나 발간한 경험도 큰 몫을 했다.
며칠 전에는 모 기관에서 초대를 받아 아카이빙(archiving) 편집위원으로 회의를 가졌다. 고작 초졸 학력의 무지렁이가 언론인 간부 출신의 기라성 같은 분들과 어깨를 같이 했다. 그래서 자부심이 무럭무럭했다.
이 또한 지력의 힘을 새삼 발견한 부분이랄 수 있다. 최근 서울대학교가 '제31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수상자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선정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1979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화학업계 발전과 친환경 소재 및 녹색기술 연구개발 등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선정됐다.
더욱이 탄소 배출량 감축 선언 등 ESG 가치 지향의 경영활동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에 기여해오고 있다고 했다.
정은경 청장은 1989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국립보건원 연구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이래 26년 동안 국민의 보건의료 수준 향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지속된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나라 방역체계 구축 등을 통해 국민건강과 안전을 지키는데 기여해오고 있다고 서울대는 밝혔다.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은 아무나 받을 수 없다.
초지일관(初志一貫) 열정과 의지로 매진해야만 비로소 수상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반면 동전의 양면처럼 '부끄러운 서울대인'도 있다. 상위권에 오른 인사의 이름은 굳이 밝히지 않겠다.
아무튼 올해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선정된 신학철 부회장과 정은경 청장의 공통점 역시 평소 투철한 지력과 실천에 방점을 찍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기대했던 올해 모 기관의 [00 구민 대상] 수상자에서 빠지고 후보자 군에만 이름이 남게 됐다.
실망이 적지 않았지만, 곧 잊기로 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학력(學力)보다 학력(學歷)을 중요하게 따지는 경향이 다분하다. 하지만 흔한 대학 문턱에 못 가본 사람 중에도 이른바 프로급 선수들은 많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고 본다. 그래서 말인데 정작 학력보다 중시돼야 하는 건 지력(知力+智力)이 아닐까. 지력(地力)이 튼튼해야 그해 농사도 풍년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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