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단체 '구석으로부터'가 대전의 이주민을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프랑스인 소리꾼 로르마포 씨 모습 |
오는 30일 오후 4시 대전프랑스문화원 '앙트르뽀'에서 열리는 로르마포 씨의 판소리 공연이다. 소리꾼으로 활동한 지 4년 차인 그는 '단가 : 사철가'와 '판소리 흥보가-흥보가 놀부에가 맞는 대목' '판소리 춘향가-사랑가 대목'을 선보인다.
6년 전 프랑스 한국 문화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던 로르마포 씨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인 민혜성 명장의 공연을 보고 판소리에 매료돼 한국에 왔다.
34세라는 늦은 나이에 한국에 와 민혜성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운 로르마포 씨는 판소리 실력을 인정받아 2018년에는 프랑스 엘리제공에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2019년엔 제24회 전국판소리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이다.
로르마포 씨에게 판소리는 '음악테라피'다. 그는 "판소리를 통해 받은 치유와 안정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한다. 내면의 한을 밖으로 표출해 소리로 표현하는 것은 그에게 긍정적인 힘이 됐다.
그는 판소리의 대중화도 고민한다. "판소리를 공부하고 있지만 K-POP 공연에 비해 판소리에 대한 홍보와 정보는 부족하다"는 로프마포는 "전통 음악에 대한 교육과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공연도 대전 시민들에게 판소리의 매력을 알렸으면 하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문화단체 '구석으로부터'가 대전 지역 이주민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인터뷰 자료는 대흥동 인터뮤직홀에 전시된다. |
전시 주관 단체인 '구석으로부터'는 지난 6월부터 6개월 간 대전 지역의 이주민 공간 탐색을 시작해 실제 이주민들이 사는 곳에 찾아가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대전 역 앞 인쇄거리와 중앙 시장 인근에는 주말이면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외국 이주민들이 모인다. 특히 이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나라 별로 다양한데 베트남 식당 8곳 외에도 할랄(halal : 식물성 음식과 해산물, 육류 중 이슬람 율법에 따라 가공해 이슬람교 신자들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 음식점 2곳, 캄보디아, 네팔 음식점 등 이주민 운영 식당만 원도심에 20여 곳에 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골목마다 위치한 점포의 특징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된 이주민 공간 지도를 비롯해 각 점포에 방문해 이주민들을 인터뷰한 기록이 담긴 영상과 텍스트, 보고서 등을 선보인다. 네팔인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 '룸비니'와 인도네시아 식당 '발리레스토'에서 하루 다섯 번 기도를 드리는 이슬람교 신자들의 모습도 담았다.
주관단체 구석으로부터의 기획자인 서은덕은 "이주민들로 시작된 도시 대전에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이웃이 아닌 것은 아니다"며 "원도심 곳곳에 이국의 언어로 적힌 간판이 늘어나고 우리의 이웃 카테고리도 넓어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어디서 온 누구와도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포용력 있는 마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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