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시네레터] 분노에 미친 상상의 세계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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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시네레터] 분노에 미친 상상의 세계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10-21 16:46
  • 신문게재 2021-10-22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베놈2 사진
영화 속 악당에게 대체 왜 그러냐 물으니 "분노에 미쳐서 그랬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기괴한 외형에 엄청난 파괴력. 악당들이 힘을 발휘하는 모습은 현실을 닮았지만 상상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놀라운 발달로 인해 상상 속 장면들이 현실에서 생생하게 구현됩니다. 그러나 상상일 뿐입니다. 인간을 숙주 삼아 괴물이 활동한다든가, 그 괴물이 자식을 낳는 것 모두 그렇습니다.

'**맨' 하는 영웅 스토리와 이 영화는 다릅니다. 선악의 대결이 없습니다. 악한 것과 대결하기 위해 더 악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이른바 흠모할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징그럽고, 괴상하고, 폭력적인 괴물 중의 괴물입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이언맨, 블랙위도우 등이 보여주는 인간미, 멋진 외형과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드러내는 엄청난 파괴력, 강렬한 대결이 그저 상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상상이되 현실의 연장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괴물로 만들었는가. 무엇이 그들을 분노하게 했는가. 바로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상을 통해 현실을 봅니다. 소외와 편견과 차별과 강요된 분리, 감금을 발견합니다.

여러모로 영화 <배트맨>의 안티히어로 '조커'를 생각하게 합니다. 조커의 가난과 차별은 총질하는 복수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악당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복수는 현실을 넘은 가공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흡사 간혹 보게 되는 암흑계 폭력배들의 위악적 문신이 실제로 몸체를 입고 힘을 쓰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대다수 관객들의 정서는 대리 만족이나 쾌감이기보다 낯설고 이질적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같은 정서를 '언캐니(uncanny)'라고 지칭합니다.



영화의 표면에 해당하는 액션과 캐릭터들의 기괴한 외형이 드러내는 낯설고 이질적인 정서와 달리 그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다소 뻔하고 전형적입니다. 차별, 소외, 편견과 이에 따른 폭력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미 상투적입니다. 이로 인해 작품의 신선함이 떨어집니다. 경찰과 정신과 의사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의 구속과 감시, 폭력은 영화계에서 보편적입니다. 아울러 현실 속 감시자들과 상상 속 괴물 악당 중간쯤에 존재하는 베놈의 위상이 지닌 모호함도 관객들을 영화의 강렬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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