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시집을 낸 서민경 작가가 코로나 19로 변해버린 일상을 담담하게 시로 표현했다면, 남상선 작가는 '인간성 부활'을 주제로 수필집을 펴냈다.
산내 대학살 사건을 소재로 한 지역작가의 소설도 나왔다.
▲그리움이 시가 되다 '도마소리'=아련하게 사무치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코로나19로 변한 사회적 분위기를 자연과 사물에 감정을 담은 서민경 작가의 두번째 시집 '도마소리'(서민경 지음, 책나무출판사 펴냄, 136쪽)가 출간됐다.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창작문화예술인협의회' 소속의 서 작가는 지난해 첫 시집 '내가슴에 핀 꽃' 이후 1년여간 써내려간 시들을 모아 이번 두 번째 시집을 내놨다.
'도마소리'는 말그대로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이다. 부엌에서 들리던 도마소리를 통해 서 작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의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을 담담히 써내려 간다. 여기에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야기로 시에 담았다.
소란스러운 이별과 그 뒤의 회한, 그리고 그리움이 고스란히 서정적인 시심으로 표현된다. .
서 작가는 코로나 19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소중해진 자연과 마스크가 일상화된 생활까지 코로나 19라는 생경한 세상 풍경도 시에 담았다.
서민경 작가는 "아버지, 어머니 모두 자식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셨던, 존경스러운 분들이었다. 그 분들이 세상을 떠나시면서 닥쳤던 우울감과 자연을 통한 치유를 시로 써 내려갔다"며 "독자들도 이 시집을 통해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등학교 국어교사로 39년간 재직했던 남 작가가 수십년 동안 제자들과 맺어온 아름다운 인연을 수필 50여편을 담아낸 이 책은 따뜻한 '인간성 부활'이 수필집 전체를 관통한다.
남 작가는 "1979년 첫 부임 당시 맡았던 19살 고3 제자들이 이제는 6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해가 갈수록 제자들의 정에 고마운 마음이 깊어진다. 최근 몸이 좋지 않았는데 제자들이 걱정해주고, 몸에 좋은 것들을 챙겨주어서 너무도 고마웠다"며 "사람 사이의 정'이야말로 각박한 현대사회를 밝히는 등대와 같다"고 강조했다.
남 작가는 "앞으로도 10년 안에 10권 정도 매년 한권씩 수필집을 발행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칼럼가 김용복씨는 추천사를 통해 "인간성 상실의 시대 각박한 시대에 사는 우리 부모나 부부, 청소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며 "사람답게 사는, 그래서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내용과 더불어 사람답게 사는 밝은 사회 건설에 초석이 될 만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이어 김 칼럼가는 "남 수필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저절로 눈물이 나오고 메마른 감정이 사라지게 됨을 느낄 수 있다"며 "10여년 전에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살아가는 남 수필가에게, 그동안 교단에서 가르쳤던 제자들이나 그 이웃들이 '따뜻한 장갑'이 되어주는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고 풀어냈다.
▲대전산내민간인 학살사건 소설로 재탄생되다 '랑월'=대전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시민운동을 한 작가가 산내민간인 학살 사건을 접하고 10년여간 써내려간 소설 '랑월'(박현주 지음, 모두의책 펴냄, 688쪽)이 출간됐다.
'내가 태어나기 직전, 대전이라는 곳에 어떤 사람들이 먼저 이 땅을 밟고 어떻게 살다 죽었을까, 산내에서 누가 죽은 것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랑월'은 대전이란 도시에서 일어난 대전형무소사건-대전산내민간인학살사건을 소재로 픽션과 사실을 날씰과 씨필로 직조해 냈다.
1920~30년대에 발간된 신문 기사, 미군정이 보관해놨던 실정보고서 같은 옛 활자에서 듬성듬성, 띄엄띄엄 발견되는 그들 삶의 조각을 퍼즐 맞추듯 이리저리 찾아낸 작가는 책을 통해 민중을 고통의 도가니에 몰아넣던 반민족세력, 반민주세력을 픽션으로나마 정죄한다.
또 국가폭력의 희생자인 산내학살사건의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낸다. .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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