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정치행정팀장 |
그렇게 빨강에 열광하던 내가 빨강과 멀어진 것은 투표권을 가지면서다. 좀처럼 와닿지 않는 빨강 진영의 논리와 멀어지면서 의도적으로 빨강을 기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색으로 사람과 정치색을 논한다는 것이 편협한 사고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 시대는 단연 이미지 메이킹이 얼마나 파급력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정치인의 넥타이, 신발, 스카프 하나하나는 자신을 대변하는 연대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의도적인 코디임을 모르지 않아 더욱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빨강에서 벗어나 성인이 된 내 옷장에는 파랑 계열의 옷이 많다. 내 눈에는 어느 것 하나 똑같은 파랑은 없다지만 남들이 보면 너는 파란색의 분신이냐고 할 만큼 많은 건 인정하기로 했다. 빨강을 멀리하려고 의도적으로 파랑으로 채운 건 절대 아니었다. 파랑을 입었을 때 왠지 모르게 허리가 쭉 펴지는 그 느낌, '파란색이 잘 어울려요'라고 했던 사람들의 말을 믿다 보니 어느새 내 옷장은 파랑이 잠식해 버렸다.
요즘 파랑과 조금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때와 장소에 맞춰, 날씨와 기분에 맞춰서 나도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지 파랑으로만 떠올려지는 건 싫다.
내년이면 중요한 두 번의 투표를 해야 하는데 흘러가는 양상을 보니 내 민심이 꼭 정답은 아니었음을 깨달은 것도 옷장을 다양한 색으로 채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 공평과 균등, 사람이 먼저라는 세상을 보는 내 중심은 흔들리지 않겠지만, 때에 따라 나의 민심은 빨강과 파랑처럼 극단을 오갈지도 모르겠다.
분명 살기는 더 좋아졌는데 상식 밖의 사건과 문제들은 끝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빨강과 파랑을 모두 덮어버릴 수 있는 색은 두 가지뿐이다. 모두가 기본이라고 말하는 흑과 백이다. 그렇지만 모두의 옷장이 흑과 백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색으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서로의 색을 존중하되 세상이 어지러울 땐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자정 노력을 내 옷장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이해미 정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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