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 泥(진흙 이/ 니), 田(밭 전), 鬪(싸움 투), 狗(개/강아지 구)로 구성된다.
비유 : 명분(名分)이 서지 않는 일로 싸우거나 체면을 돌보지 않고 이익을 다툼
사람들에게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무엇을 뜻하는가?"를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 와 "정치 싸움을 하는 정치인" 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정치판이 국민이 바라는 반대로 움직임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정치가 '개의 싸움'으로 표현될 정도로 정치권이 국민들의 신뢰(信賴)에 대한 생각과 정서(情緖)의 정반대로 더럽게 변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왜 하필 정치권을 진흙 밭으로 비유하고 정치인들을 개에다 비유 하였을까?
진흙 밭은 비온 후 질펀한 흙이 오물과 섞이어 모두들 꺼리는 장소로써 세인(世人)들에게 비친 진흙 밭은 더러운 곳을 상징하는 비어(卑語)로 소위 위정자들이 자신의 이익(利益)만을 위해 원칙도 양심도 없이 거짓과 술수를 사용하는 본전(本殿)으로 시궁창에 버금가는 더러운 곳이기 때문이다.
개(犬/狗)는 인간에게 복종하는 몇 안 되는 대표적인 충성스런 동물로 인식되어있다. 그러나 자기 이득(利得)함(먹을 것과 이성을 차지하는 욕심)을 부릴 때만은 더러울 만큼 추잡(醜雜)하고 변심(變心)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조선 건국 초 태조(太祖)가 개국공신인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에게 인재등용(人材登用)문제로 대화 중 팔도(八道)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기질(氣質)을 평(評)하라고 한 일이 있었다.
정도전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 거울 속에 비친 미인),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 앞에 하늘거리는 가는 버들),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 소나무나 대나무 같은 굳은 절개), 강원도는 암하노불(巖下老佛/ 바위 아래 늙은 부처),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 봄 물결에 던져진 돌),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 삼림 속의 용맹한 호랑이)입니다." 그리고 나서 정도전은 태조의 출신지인 함경도에 대해서는 평을 하지 못했다. 태조가 아무 말도 좋으니 어서 말하라고 재촉하자 정도전이 말했다.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 밭에서 싸우는 개)입니다." 태조의 안색이 변하자 눈치 빠른 정도전이 곧 말을 고쳐 대답했다. "함경도는 또한 석전경우(石田耕牛/ 돌밭에서 밭을 가는 소)이기도 합니다." 태조는 그제야 용안에 희색을 띄며 후한 상을 내렸다.
참고로 다른 기록에는 경상도를 태산준령(太山峻嶺), 황해도를 석전우경(石田牛耕), 평안도를 맹호출림(猛虎出林)이라고 기록된 문헌도 있다. 모두 다 같은 표현이다. 팔도 사람에 대한 이런 평의 출전은 정확히 알 수가 없는데, 아마 구전으로 내려오는 말이 아닌가 추측된다. 이 성어는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판은 바르지 못하여, 부정과 부패가 늘 정치판을 따라다닌다. 정치인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옆조차 돌아보지 않는 추잡(醜雜)한 행동을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요즈음은 날이 갈수록 더하여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과 배신을 밥 먹듯하여 국민을 잘 속이고 자기 이(利)속을 잘 챙기는 사람이 고(高)단수의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는 불법과 부정을 저지름을 넘어 법을 마음대로 바꾸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이번 후보자 TV토론 때 이미 지나간 당(黨)도 있고, 아직 진행 중인 당(黨)도 있지만 대선후보자들이 보여준 후보들의 행태는 국가나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아주 밑바닥 수준을 연출했다. "과연 저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적 생각이 들 정도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자성어에 아시타비(我是他非)라는 말이 있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이다. 곧 요즈음 신조어로 유행하는 내로남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2020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용어이기도 하다.
이어 선현(先賢)들은 자인타관(自吝他寬/자신에게는 인색하고 남에게는 관대하라)이라는 단어와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남을 대우함에는 봄바람처럼 온화하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서리 같이 엄중 하라)이란 말로 마음을 추스르고 남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엄격하게 자제하여 올바르고 화합된 모습을 물려주었다.
정치인들이여! 바르고자 노력했던 선현들의 그림자라도 따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에 국민들도 투표의 권한 행사를 선거 때 일어나는 일시적인 바람에 의하지 말고, 진정한 일꾼을 뽑는 바른 선택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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