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서민 대출 옥죄기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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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서민 대출 옥죄기 이제 그만

박병주 경제사회교육부 차장

  • 승인 2021-10-18 14:48
  • 수정 2022-04-29 09:50
  • 신문게재 2021-10-19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박병주
박병주 경제사회교육부 차장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능력의 시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불똥이 금융권으로까지 번지면서다.

이 때문인지 요즘 정부의 부동산·금융정책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많이 비유되곤 한다. 인생 막장에 몰린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총상금 456억 원이 주인공이 되기 위해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내용은 우리 내 팍팍한 삶을 대변한다.

오직 최후의 승자 1인만이 살아남는 드라마 속 내용은 현실과 다르지만 요즘 대출 실수요자들은 '오징어 게임'을 하는 것만 같다.

그만큼 대출은 간절한데 정부의 강력한 대출 옥죄기로 '대출 난민'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어떤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현재의 보금자리를 유지할 수도, 아니면 쫓겨날 수도 있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또 내 집 마련 꿈을 이룬 어떤 누구는 대출이 막혀 입주를 포기하거나 계약을 파기해야 하는 피해도 발생한다.

실제 최근 세종시에서는 대출 때문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를 앞둔 계약자들이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불안감을 느껴 은행 앞에서 밤을 지새운 것이다.

한 입주예정자는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커져 대출 규제 정책은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 대출까지 막는 것 자체는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불만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혼란은 정부가 가계대출을 잡겠다며 연간 대출 총량을 6%로 제한하면서 발행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NH농협은행은 전세대출을 포함한 모든 가계 담보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도 전세자금 대출과 입주 잔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한도를 축소해 혼란을 부추겼다.

이러한 가계대출 절벽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까지 올라왔다.

현실과 괴리가 금융규제 정책에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오는 27일부터 새 전세자금대출 관리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전세대출 갱신 한도를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집단대출도 예외로 인정해 재개한다.

정부의 이번 대출규제 완화는 다행스러우면서도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발표한 부동산 정책이 4년간 총 29회다. 금융정책도 언제 어떻게 변화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정부에게 바란다.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규제 정책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바라는 정확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한 때라고.

박병주 경제사회교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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