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K-문학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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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K-문학을 꿈꾸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21-10-18 08:41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한국 근대문학의 시작에서 미래 문학의 산실'이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7일 개막한 목포문학박람회(10.7~10.10)를 다녀온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문학박람회가 생소하기도 하였지만, 음악 미술 사진 같은 시각예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문학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궁금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박람회란 국가 또는 지역의 문화나 산업의 실태를 소개하기 위하여 각종 사물이나 상품을 전시하는 행사입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박람회는 구약성서의 에스터(Ester) 1장에 아하수에로왕(Ahasuerus, 재위 BC485~465) 3년 왕국의 번영과 권위를 나타내는 재화들을 180일 동안 전시하였다는 기록이 오늘날 세계박람회(EXPO)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박람회는 산업혁명 이후이며 우리나라가 국제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것은 1889년 파리만국박람회 때였습니다. 1907년에는 경성박람회가 열렸고 이어 개발도상국으로는 처음 개최된 대전엑스포 93은 1400만 명이 방문하여 대전을 현대적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되었지요.

목포박람회는 코로나19의 3단계임에도 이근배, 신달자, 정호승, 나태주, 은희경, 공선옥, 황지우 등 국내 유명작가들이 다녀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민관람객 5만 명이 축제장을 찾았으며 온라인 방문자 8만 명 등 총 13만 명이 참여하는 대성황을 이루었지요. 문학의 우주는 바로 언어입니다. 장식의 언어가 아닌 가장 울림이 강한 언어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법이지요. 그리하여 언어의 바다에서 감탄이 되는 문학이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하는 언어예술의 교훈적 기능보다는 대체적 힐링의 조형언어로 삶의 위안이 되고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근대극의 창시자 김우진, 한국 최초의 여류 장편 소설가 박화성, 한국사실주의 연극을 완성한 차범석, 한국평론의 독보적 존재인 김현의 4인 4색 문학제는 문학의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목포의 꿈과 미래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미 문학으로부터 출발한 기생충, 미나리, BTS에 이어 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다양한 콘텐츠개발을 시도한 이번 목포박람회는 이제 문학도 단순한 창작의 경계를 넘어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문화산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세계 속 K-문학의 블루오션이 되고 있었지요. 목포 평화광장 해상무대에서 크로스오브 문학콘서트를 시작으로 라이브 스튜디오, 만화웹툰 영화드라마의 미디어셀러관, 독립서점 북페어, 글자콘텐츠관과 한국문학관협회를 비롯한 전국문학대회 유치와 문학공연, 책을 읽으면서 버스킹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웰니스테라피존, 목포문학길 투어 등 109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문학도시 목포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우리 대전에서도 '2021 대전예술제(10.1~10.3)'가 온라인과 간단한 대면 행사로 개최되었지요. 개막식에서 사람은 실패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는 정호승 시인의 '상처가 스승이다'라는 시를 관객도 없는 허공을 향해 낭송하면서 1000여 대전 문학인들을 위해 시 1편 낭송이 고작이라니 참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006년 한밭문화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를 만들지 못하고 기존의 틀을 벗지 못한 채 매년 답습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축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법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목포문학박람회를 다녀온 이후 며칠 동안 부러워하지 않으면 그게 지는 게 아닌가 하는 역설적 화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문학에도 치기와 열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꾸만 충돌하는 질투와 선망으로 고민하였음을 고백해 봅니다.

안타깝게도 2년째 계속되는 코로나가 아니라면, 지금쯤 전국은 축제의 도가니 속에 환호하는 가을을 맞고 있겠지요. 10월은 언제나 햇살과 바람으로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유혹의 멋진 날이니까요.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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