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후보자의 자질 검증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후보자의 자질 검증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10-17 09:16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왕조국가에서는 왕위를 계승할 세자를 위해 아주 특별한 교육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세자는 이변이 없는 한 조만간 왕이 될 것이고, 왕이 되면 절대 권력을 행사하도록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권력의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최고의 덕성과 자질을 함양하기 위해 엄격하고 체계적인 교육체계가 고안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세자 교육이 엄격성과 체계성의 측면에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세자로 책봉되기 전의 왕의 맏아들을 원자라고 한다. 원자 시절에는 태어난 직후부터 보양청에 의해 보육을 받게 되고, 4~5세에 이르게 되면 강학청의 주관하에 처음으로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세자로 책봉되면 이전보다 훨씬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세자는 먼저 입학례(入學禮)를 거쳐 성균관 유생의 지위를 얻게 되고, 이때부터 조정에 세자시강원이 구성되어 세자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시강원 교육에는 사(師), 부(傅), 이사(貳師), 빈객(賓客) 등의 초빙된 겸직 스승과 전담 관원이 참여하는데, 그 인원은 20명 정도였다고 한다. 스승으로는 영의정을 비롯한 원로대신들이 모셔졌다. 사는 영의정이 맡고, 부는 좌의정 또는 우의정이 맡았다고 전해진다.

시강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을 서연이라 했는데, 서연은 기본적으로 매일 한 차례 열렸고, 조강(朝講)과 석강(夕講)의 형태로 아침과 저녁에 열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로 주강(晝講)의 형태로 낮에 이루어졌다. 때때로 소대(召對) 및 야대(夜對) 등의 비정규 강의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왕세자 교육에 있어서 당시 사대부 집에서 이루어지던 자녀 교육과 마찬가지로 성리학에 바탕을 덕성 함양과 실천이 강조되었다. 교재로는 사서, 오경 및 역사서 등이 활용되었고 이들에 앞서 소학이 먼저 읽혔다. 학습 방법으로는 배운 내용의 암송이 주로 사용되었다. 오늘날의 수시시험처럼 학습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스승과 관원이 함께 참여하는 회강(會講)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개최되었다. 회강에는 왕이 직접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고, 학습 결과는 오늘날 사용되는 수, 우, 미, 양, 가와 같이 5단계로 평정되었다.

조선의 세자 수업은 가혹할 정도로 엄격했다. 원칙적으로 매일 수업을 받아야 했고, 수업 내용을 외워야만 했고, 또 자주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세자들 중에는 이처럼 엄격한 지도자 수업이 가져다주는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세자 지위로부터 폐위되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경우도 있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서연에 참여해 자질을 함양한 결과, 후세에 현군으로 추앙받는 왕도 있다. 조선의 지도자 수업은 왕이 된 이후에도 부과되었다. 세자 시절의 지도자 수업으로 서연이 있었다면 왕이 된 후의 지도자 수업으로는 경연이 있었다. 경연에 성실하게 참여한 왕과 그렇지 못한 왕은 통치력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요즘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뽑는 경선이 한창이다. 여당은 불과 며칠 전에 후보자 선출을 끝냈고, 원내 제1야당은 후보자를 4인으로 압축시킨 가운데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경선 과정의 토론과 논박을 통해 떠오른 후보 검증의 핵심 포인트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다. 역대 선거에서도 자질 문제가 거론되기는 했었지만, 이번처럼 이 문제가 중요한 관심사로 등장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조선시대는 권력자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그에게 어떻게 보다 높은 수준의 덕성과 자질을 불어넣을 것인가의 문제가 남은 과제였다면, 지금 시대에는 후보자들의 말과 행동을 자료로 삼아 제각각 살아온 사람들의 자질을 평가하여 믿을만한 권력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후보자의 자질 검증에 있어서 가혹할 만큼 철저해야 하고 그 방법 역시 체계적이어야 한다. 당사자들이 하는 말보다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검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