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 |
지난 10월 8일 열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토론회에서 정부는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목표치가 가장 적은 배출부문은 산업으로 2018년 대비 14.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출했다. 정부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데,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산업부문에서 가장 적은 목표치를 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며 과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과제가 지역에 내려오면 어떻게 될지 앞이 막막해진다. 지역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부문인 산업은 물론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까지 모든 영역이 모여있는 공간이다. 각 부문의 감축은 결국 지역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되지만, 지역 또한 성장과 시장 논리에 붙잡혀 탄소중립이 발목 잡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지역의 탄소중립기본계획, 탄소중립지원센터 등 새로운 과제와 온실가스 인벤토리 관리도 지자체 몫으로 떨어져 대전시도 할 일이 적지 않아 보인다. 허태정 시장이 연초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비전도 발표했지만 이후 대전시가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아직 '용역 중'이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무엇이 달라질까 의문이지만 용역을 통해 '무엇을 할지'를 결정할 모양이다.
하지만 문제는 탄소중립이 '무엇을 새롭게 많이 해서' 되냐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도시의 시스템이 변화해야 실현할 수 있다. 이것은 대단히 명확한 전제다. 산업, 교통, 에너지, 돌봄, 문화 모든 것을 포괄하는 도시체계를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어떻게 바꿔 가느냐가 실행의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려고 보면 대전에서 지금 어디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가 나오는지 정확히 파악된 자료가 없다. 행정을 포함한 지역사회가 우리 지역에서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고 있고, 어디까지 줄이거나 전환할 수 있는지 가늠해본 경험이 매우 적다. 그렇기에 어떻게 할 것이냐는, 실행체계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한 부서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실행체계는 도시의 부문을 통합하고 실행력 있는 컨트롤타워로 행정과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학계, 지역기업 등을 포괄한 단위로 구성해, 대전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전체 그림을 파악해보고 감축할 수를 지역에 맞게 수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얼마 전 발표된 세계 탄소중립 준비지수(Net Zero Readiness Index·NZRI)' 보고서에 기후정책 등으로 준비지수 3위를 차지한 스웨덴의 말뫼시 기후정책은 '기후전환 거버넌스'를 통해 운영된다.
담당 공무원이 최소 4년은 같은 부서에서 전문성 키우며 민간과 협업한다는 점, 각 부문별 코디네이터를 중심으로 구성된 다양한 팀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실행력과 완성도를 더한다. 자문만 하는 협의회가 아니라 민관이 함께 탄소중립 정책을 주도하고 의결하는 컨트롤타워형 조직인 것이다. 대전 또한 가칭 <기후전환 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실행체계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실행체계 아래서 더 이상 '기승전 전기차 수소차' 결말의 용역보고서를 받아들지 말고 기본계획부터, 탄소중립기본법 제4조 '책무'에서 언급하는 '지역적 특성과 여건을 고려한 계획'을 주도해보자.
또 대전에서 세계지방정부연합(이하 UCLG) 총회가 2022년에 열린다. 총회를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도 총회를 통해 얻는 '알맹이'가 있어야 하지 않나. UCLG가 추구하는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격에 맞게, 스웨덴 말뫼시와 같은 유럽 도시들의 환경정책과 정책이행시스템을 대전에 견인할 방법을 찾는 발전된 협력사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제 탄소중립을 위한 지역의 실행이 발 빠르게 시작되어야 할 때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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