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이상과 현실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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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이상과 현실의 경계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10-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현실을 부정적 또는 비판적으로 보지 않았을까? 그에 따라 이상적인 사회를 꿈꿔보기도 한다. 당연히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지나온 세월과 현실이 반영된다.

인용하자면, '유토피아(utopia)'는 그리스어로 '없다'는 의미의 'ou'와 '장소'를 뜻하는 'topos'가 합쳐져 만들어진 합성어라 한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사회로 가장 완벽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말한다. 유토피아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은 플라톤이라 한다. 그는 이성적 윤리를 주장한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이다. 유토피아는 그가 상상해 만든 이상향으로, 정치적 · 역사적 · 과학적 가공의 산물로 보는 것이 보통이다. 이상적인 개혁을 뜻하기도 한다. 이상의 땅 '아틀란티스'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철학적인 창작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존했던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종교적 해석 까지 덧 붙여져, 수없이 만들어졌다가 멸망에 이르러 사라진 위대한 문명 중 하나로 보기도 한다. 세상에 불가사의해 보이는 문명의 유적이나 흔적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사회를 향한 상상력으로 쓴 장편소설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Sir Thomas More, 1477 ~ 1535)의 작품이다. 1515년 ~ 1516년에 쓰인 작품이다. 이상사회를 묘사한 정치소설이다.

그가 제시한 세상의 일부다. 사유재산과 돈이 없는 세상이다. 때문에 악이 번성하지 않고 빈곤이 없다. 착취와 계급적 이해갈등도 없다. 농업이 주산업이며 누구나 일한다. 범죄자는 노예가 되며 종교는 제한이 없다. 참된 공동체적 인간관계를 모색했다. 진정한 공동체 관계가 이기심으로 가득 찬 개개인의 이해를 배제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토머스 모어도 "당신이 선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을 완전히 사악한 것으로 생각하지는 말라. 모든 사람이 선해지지 않는 한 모든 일이 만족스럽게 되어 지기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생각들은 상당한 세월이 지난 뒤에도 실현되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상은 이상일 뿐이라는 견해 아닐까?



역사나 작품 역시 사람이 서술하고 창작하는 것이다. 당연히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된다. 못마땅한 현실의 탈출구이기도 하고, 뼈저린 시대 반성이 담기기도 한다. 이상세계 추구는 늘 있어왔지만,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이후 보다 구체적인 작업이 많이 등장한다. 유토피아를 모델로 한 이상적인 공동체 건설을 다양한 집단이 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는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래가지 못했다. 실질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일종의 풍자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다 보니 사회를, 나아가 인류의 장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유토피아 성향에 반한 디스토피아 성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이상세계를 추구하고 활동하는 단체나 조직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바람직한 일일까? 허황된 것일까?

본래 인간은 불안정 한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완벽은 없다. 끝없이 이상을 추구할 뿐이다. 유토피아는 지향점 일뿐 영원한 꿈이라는 토머스 모어의 견해에 일정부문 공감한다. 완벽을 부단히 추구하는 것과 완벽해질 수 있다고 현실화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한편, 사라진 문명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준다. 아틀란티스 같은 대륙의 전설이 2000년 이상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꿈과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뿐인가? 인류 미래에 대한 궁금증도 반영된다. 언제 같은 일이 반복될지, 재난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지의 지난 세계에 대해 진실을 밝히려는 작업은 진실 이상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일은 아닐까? 이상향과 고상한 상상력을 잃어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노아의 방주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고, 방주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기사도 많다. 심지어 기독교인조차 사실임을 입증하려 한다. 상상력으로 과학적 불변의 법칙을 덮으려 한다. 신앙 영역의 믿음이지 인간 영역이 아님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입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천 미터 높이로 지구를 덮을 많은 물이 어디서 왔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하물며, 노아 가족만으로 어떻게 그리 큰 배를 짧은 시간에 건조할 수 있으랴. 건조했다 해도 어찌 수만 종의 동식물을 실을 수 있으며, 대홍수 난국에 순식간에 끌어 모을 수 있으랴? 더구나 배 위에서 1년여 동안 누가 무엇으로 먹이고 관리할 수 있는가? 결국, 상상력과 이상, 가르침을 짓밟는 일은 아닐까?

사라진 문명뿐이 아니다. 어떤 미명하에 우리가 갖고 있는, 가져야 할 상상력이 짓밟히고 사라져가고 있지나 않을까? 현실과 상상력 둘 다 지극히 소중하다. 상호 존중해야 할 둘 사이의 적절한 경계가 어디쯤일까? 늘 고민하게 된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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