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분리배출 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까다로운 배출 방법으로 대부분 일반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그 일례가 컵라면 용기다. 컵라면 용기는 대부분 플라스틱이지만 국물이 묻어 오염이 심한 경우에는 플라스틱이 아닌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게다가 세정력이 강한 주방 세제로 닦아도 국물이 잘 지워지지 않아 대부분의 컵라면 용기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컵라면 용기에 흡수 된 국물 자국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건더기 없이 용기를 잘 세척한 후 3일 정도 햇볕 아래에 놓고 말려 주기만 하면 된다. 라면 국물에는 캡산틴이라는 색소가 있는데 빛에 민감하다는 특징이 있어 햇볕으로 말리는 순간 색소들이 빛에 의해 분해돼 국물 자국이 없어지는 것이다.
코팅된 종이 재질과 플라스틱 재질의 컵라면 용기를 준비했다. 김지윤기자 |
회사 사무실 중 가장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컵라면 용기들을 두고 기다려 봤다. 김지윤기자 |
먼저 준비한 컵라면 용기는 코팅이 된 종이 재질과 플라스틱 재질 두 종류를 준비했다. 준비 전 다 먹은 용기들을 주방 세제로 깨끗하게 닦아줬다. 역시나 세척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용기 전체에는 빨간 국물 자국이 가득했다. '정말 햇볕에 말리기만 한다고 국물 자국이 사라질까?' 반신반의해 하며 세척이 끝난 용기를 햇볕이 잘 드는 사무실 한 켠에 놓아놨다. 약 3시간이 지나고 국물 자국이 얼마나 없어졌는지 확인해봤지만 그 전과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다. '안될것 같은데'라며 실패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실험 5시간 경과했을 때 아직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김지윤기자 |
또 다시 3시간이 지나고 퇴근하기 전 다시 한번 확인해 봤지만 여전히 차이점을 모를 만큼 변화가 없었다. 밤이 돼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서 햇볕이 들지 않아 내일을 기약하며 일단은 퇴근길에 올랐다. 처음 실험한 시간은 전날 오전 10시. 24시간이 지난 후 국물 자국은 어떻게 됐을까. 전 날에 한번 실망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됐겠지라는 마음으로 컵라면 용기가 놓여진 곳으로 향했다.
먼저 플라스틱으로 된 용기를 집어 확인했는데 전날보다는 그래도 국물 자국이 좀 연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용기를 확인한 결과 정말로 국물 자국이 눈에 띌 만큼 지워져 있었다. 혹시나 누가 닦아 놓은 것은 아닌지 동기들과 선배들에게 물어봤지만 아무도 건들지 않았다고 했다. '이게 된다고?' 전날 의심에 가득 찬 상태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실험 시작 후 26시간 뒤 컵라면 용기를 확인해 보니 얼룩 자국이 거의 다 사라져 있었다. 김지윤기자 |
빨리 국물 자국이 지워지기를 바라며 햇볕이 잘 들도록 각도를 맞춰놓고 다시 용기를 내려 놓았다. 오전 10시에 확인한 후 7시간이 지나 마지막으로 용기 상태를 확인했다. 용기를 집어드는 순간 정말 신기할 정도로 국물 자국 대부분이 지워져 있었다. 아직 자국이 조금 남아있긴 했지만 하루 정도 더 말리면 완전히 지워질 듯 했다.
정말 햇볕에 말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국물이 없어지다니 이번 실험은 말 그대로 대성공이었다.회사 동료들도 국물이 지워진 용기를 보고 신기해하며 한번 따라 해 봐야겠다고 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국물로 오염된 컵라면 용기를 일반쓰레기로 버리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데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잘 세척만 하면 냄새가 나지 않아 벌레가 꼬일 걱정도 없고, 급하게 쓰레기통을 비워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3일 정도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일상에서도 가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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