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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11살'을 나름의 디데이로 삼고 지금까지 스마트폰 구입을 미루면서 설득해왔는데, 어느덧 디데이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아이 엄마로서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사이버 상의 각종 폭력이나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져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사이버따돌림 등을 일컫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은 이메일·SNS 등을 활용해 악성댓글, 악의적 표현, 혐오의 낙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적 이미지나 동영상 등을 올림으로써 이뤄지는 괴롭힘을 말한다.
이른바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집단으로 욕설과 비하 퍼붓는 '떼카', 피해자를 단체 대화방에 초대한 후에 모두 퇴장해 피해자만 남게 하는 '방폭', 카톡을 이용한 왕따 행위 '카따', 채팅방에 피해자를 수시로 초대해 괴롭히는 '카톡감옥', 핫스팟 연결을 통한 피해자의 데이터를 갈취하는 '와이파이 셔틀' 등이 전형적인 사이버 불링이다.
이러한 사이버 폭력은 코로나 이후 청소년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교육부의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체폭력과 금품갈취는 7.9%, 5.4%에 불과하고 언어폭력(33.6%), 집단따돌림(26.0%), 사이버폭력(12.3%)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사이버폭력·집단따돌림은 2019년 1차 조사 때보다 각각 3.4%p·2.8%p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성범죄나 사이버금융범죄 또한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국감서 제기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범죄 발생건수는 23만 4098건으로 3년 새 77.7%가 늘었다. 'n번방'·'박사방'같은 사이버성범죄는 4831건으로, 2017년보다 83% 폭증했다.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금융범죄는 2만 248건으로 3년새 266% 늘었고, 사이버사기도 17만 4328건으로 2017년에 비해 88.2%나 급증했다.
특히 성매매 등 사이버성범죄 경로로 활용되던 랜덤채팅 앱이 지난해 9월부터 청소년유해매체 지정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자, 규제 없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범죄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 카카오톡 오픈채팅은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익명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특정 키워드 기반으로 한 그룹 채팅이나 1대1 채팅방을 개설할 수도 있고, 키워드를 검색해 채팅방에 접속할 수도 있다.
아직도 청소년기 아이들 사이에 발생하는 사이버폭력은 친구들 간의 짓궂은 장난이나 놀이문화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해자 또한 익명성으로 인해 죄책감이나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피해자는 심한 좌절감이나 대인기피, 불안감, 두려움, 우울증 등의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자살 등의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누구든 한순간에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위한 견고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현옥란 편집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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