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징어게임, 게임과 운명의 미학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기고] 오징어게임, 게임과 운명의 미학

신정원 원광디지털대학 동양학과 학과장

  • 승인 2021-10-12 18:34
  • 수정 2021-10-12 18:3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30000716138
오징어게임 중 한 장면.
'오징어게임'이라는 한국 웹드라마가 몇 주째 넷플릭스의 전 세계 1위라는 뉴스가 뜨겁다. 오징어게임은 한국 전통 놀이를 주요 모티브로 한 스릴러 서바이벌 드라마이다. 등장인물들은 456억원이라는 상금을 갖기 위해 그 놀이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각자는 빚에 쫓겨 인생의 극단을 바라보는 절박함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주어진 게임의 규정에 따라 목숨을 건 긴장의 대립을 한다. 게임을 하나씩 진행할 때마다, 대립과 긴장은 절박한 율동과 조화로 표현되고 승패라는 결과를 위해 서로 결합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승패의 결과는 선의 결과도 아니고 악의 결과도 아니다. 단순히 강한 자와 약한 자의 대립만으로 그 결과를 예단할 수도 없는 구조이다. 첫 게임 '무궁화꿏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제일 처음으로 지원을 했다는 기호1번 일남의 얼굴에 게임에 빠진 황홀경이 나타난다. 일남의 그 표정은 시청자를 충격에 빠지게 한 중요한 반전의 단서가 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 무리 속에는 게임에 승리를 얻기 위한 경쟁과 투쟁, 질서, 규칙, 상, 희망, 환상, 선택, 모험 등 게임과 관련한 다양한 상징과 행동이 나타난다.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중요한 것은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며 여기서 승리는 그것을 획득한 집단의 구원을 의미한다.

필자는 원광디지털대학의 동양학과에서 운명학을 강의하는 사람이다. 소위, 사주, 명리, 팔자 등의 단어로 알려져 있고, 동양의 신비학 정도로 호도된 면도 없지 않은 것을 연구했다. 술수학이라는 명칭으로 전승된 이 학문은 사실 고대로부터 상당한 철학적 문화적 유래를 가지고 있는 논리적 학문이다. 필자는 그 술수학의 현대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술수학에 나타난 근본적 의미는 무엇일까에 관심을 가져왔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운명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두려움이고, 모르는 것, 죽음, 불행, 위험에 대하여 관찰하여 연구하고 알아내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인간의 절박함에서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운명'은 우리가 배우고 학습해온 '과학'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운명학의 신비적 측변이 강조되어왔고 그것이 운명학의 무거운 짐이다. 운명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원초적 절박함 때문이고, 그것은 고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 본연의 주체적 의지와 미묘하게 연결되어 이어져 오고 있다.

BR3C2SWVXVF43IVTEMNI2EIU7M
오징어게임 중 한 장면.
그렇다면 이러한 압박은 현대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 그 중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이 바로 게임이며 놀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호모 루덴스』의 저자, 요한 호이징하는 문명이 놀이(게임) 속에서 발생하고 전개되었다는 확신으로 "문화의 놀이적 요소"를 강조하였다. 인류종족을 부르는 말로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 라는 표현에 더욱 익숙하다. 또한 현대에 와서 인간은 '호모 파베르'라고도 불리었다. 전자는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며 후자는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인간을 지칭한다. 이에 상응하여,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다. 여기서 '놀이'라는 용어는 단지 물리적이거나 심리적 혹은 생리 생물학적 행위의 정의를 뛰어넘은 하나의 의미기능으로 사용된다. 놀이의 본질은 단지 '본능'도 아니며 '정신' 이나 '의지'라고 얘기될 수도 없는 것이다. 놀이는 문화 그 이전 시기부터 존재했고 항상 문화 속에 있어 왔다. 놀이는 일상적인 생활과 구별되는, 어떤 성질을 가진 행위로서의 '독특한 형식과 의미 있는 형식, 그리고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현대에는 그 놀이가 '게임'이라는 단어로 하나의 거대한 콘텐츠가 되었다. 우리가 '게임'을 떠올릴 때 '진지함'과는 반대되는 요소로 인식하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 않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진지하고 심각하다. 또한 우리가 게임하는 광경을 생각하면 우스꽝스럽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은 게임이 표현되는 생각과 상황 때문일 뿐 게임 행위 자체는 그렇지 않다. 게임은 참이나 거짓, 선이나 악의 대립이 아니다. 게임은 자발적인 행위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제한된 시간과 장소, 그리고 고유의 질서에 의해 규정된다. 그 과정에 긴장이 있고 평형과 전환이 있으며 대립과 결합 그리고 해체와 해결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에 매혹된다. 이것이 인생과 운명의 미묘한 단면이고, 오징어게임에 구체화된 시나리오이다.

이제 이 글의 주제인 게임과 운명의 미학에 대해 언급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다. 게임의 불확실성, 선택에 따른 축복 혹은 불행, 생존과 죽음 등은 인간 운명의 중요 요소이다. 사람들은 운수, 행복, 운 등의 관념에 성스러운 의미를 부여했다.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를 통해 신적인 힘이 작용된다고 믿었고, 오늘날 현대인이 무심코 길흉 판단의 점괘를 뽑아보는 행위를 하게 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가 이어져 오는 실례이다. 아직도 우리는 판단을 내리기 곤란한 상황에서 제비뽑기나 동전 던지기의 방법에 의존하여 결정을 내리게 되며 그렇게 내려진 판정결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란을 삼지 않는다. 게임은 그와 같은 것이다. 의외로 불확실한 전망을 실험해봄으로써 신의 뜻, 운명, 정의의 저울 등을 얻으려 한다. 서양에서도 정의, 디케라는 단어의 어원은 공정한 몫이나 손해 배상액을 의미했고 그것은 던지다 혹은 뽑다 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

운명에 대해 두렵지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도전해야 하고, 승리에 도취할 때도 있고, 때로는 실패에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인생이다. 인간은 인생이라는 강요되지 않은 게임을 하며 살고 있다. 인간은 살아가는 매 순간 누구나 인생을 건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종착점은 결국 죽음인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의 선택에 때로는 희열하고 때로는 오열하면서.

신정원 원광디지털대학 동양학과 학과장

KakaoTalk_20211012_15112236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맛있는 여행] 108-포천 고모저수지와 욕쟁이 할머니집의 구수한 맛
  2. [대전에서 신화읽기] 제13장-석교동 돌다리, 자비가 놓은 모두의 길
  3. '조상호 vs 최민호', 세종시 스포츠 산업·관광·인프라 구상은
  4. "단속 안하네?"…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실효성 의문
  5. 2차 고유가 피해지원금 접수 시작
  1. 대전 환경단체 “공영주차장 태양광, 법정 의무 넘어 50면으로 확대해야”
  2. 충청 U대회 조직위, 이정우 신임 사무총장 선임
  3. 무인점포 17번 절취한 절도범 어떻게 잡혔나?(영상)
  4. 새로운 시작…‘이제 어엿한 어른입니다’
  5. "세종 장애인 학대, 진상 규명을" 범국민 서명운동 돌입

헤드라인 뉴스


4년 뒤 노후주택 17만세대… 충청 주택시장 재고과잉 우려

4년 뒤 노후주택 17만세대… 충청 주택시장 재고과잉 우려

앞으로 4년 뒤 충청권의 준공 후 5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 17만여 세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이들 노후주택이 적절히 멸실되지 않을 경우, 충청권을 포함한 전국 주택시장이 재고 과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19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인구구조 전환에 따른 부동산시장 영향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멸실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2030년 충청권의 준공 후 5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은 17만 3000여 세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8만 8000세대로 가장 많았고, 충북 5만 5000세대..

교통망 넓히고 생활권 키우고…도시 체급 키우는 대전
교통망 넓히고 생활권 키우고…도시 체급 키우는 대전

대전이 교통망 확충과 광역 생활권 확대를 중심으로 도시 외연 넓히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과 충청권 광역철도, CTX(충청권 광역급행철도) 구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원도심 재정비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도시 구조 자체가 변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개발 사업을 넘어 교통과 행정, 산업과 생활권을 하나의 축으로 묶으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대전의 도시 기능 역시 점차 확장되는 흐름이다. 대전의 변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교통망 재편이다. 오랜 기간 표류했던 도시철..

"안 걸릴 줄 알았나?"… 무인점포 한 곳서 17차례 절도 20대 검거
"안 걸릴 줄 알았나?"… 무인점포 한 곳서 17차례 절도 20대 검거

한 달 동안 무인점포 한 곳에서 17차례 절도를 일삼은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중부경찰서는 상습 절도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대전 중구의 한 무인점포에서 17차례에 걸쳐 총 20만 원 상당의 과자 등 식료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앞서 2월부터 한 달 간 점포 한 곳에서 수차례 진열된 상품을 훔친 A씨는 3월 18일 밤 10시께 해당 점포를 다시 찾았다가 덜미가 잡혔다. 다른 손님이 가게에서 나가길 기다린 뒤 A씨는 과자, 빵 등을 집어 겉옷 주머니에 넣고 계산하지 않은 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 때 이른 더위 식히는 쿨링포그 때 이른 더위 식히는 쿨링포그

  • 2차 고유가 피해지원금 접수 시작 2차 고유가 피해지원금 접수 시작

  • 새로운 시작…‘이제 어엿한 어른입니다’ 새로운 시작…‘이제 어엿한 어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