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희 교수 |
한국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유입이 본격화된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 가장 큰 요인은 농촌사회의 성비(性比) 불균형 현상이다. 한국은 산업화 및 경제성장 등에 따른 이농현상으로 많은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주했고, 특히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난 대부분이 젊은이들이었다. 유교사회와 농경사회의 전통을 가지고 있던 한국은 농촌에 남은 자녀 중 상당수가 맏아들인 경우가 많았고, 이와 같은 현상이 보편화 되면서 농촌지역은 결혼 적령기 여성의 부족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하여 농촌 노총각의 증가가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지자체는 농촌총각의 결혼문제와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통하여 아시아 저개발국의 여성의 결혼이주를 장려하기 시작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결혼이주를 선택한 외국인 여성들은 국경을 넘어 한국 남성을 선택하여 이주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여성을 상품화하는 결혼중개업이 성행하였고, 국제결혼은 세계적 흐름이며, 한국사회의 특수상황인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사회도 다민족, 다문화사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해서 국가적 대처가 미흡한 실정이다.
다문화주의 정책은 주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 수준도 단순히 차별을 극복하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서 아직도 온정주의적이고 동화주의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적절한 사회적 지지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새로운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결혼이주여성이 한국사회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면 한국어 사용능력의 부족, 문화적 차이, 가족폭력과 갈등, 자녀양육과 교육의 어려움, 경제적 빈곤과 실업 등이며 이는 결국 가정파탄과 이혼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첫번째는 경제적 문제로 한국 물정을 모른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거나 돈을 벌기를 희망하지만 본인이 번 돈을 모두 친정으로 빼돌릴 것이라는 편견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두번째는 의사소통 문제인데 이주여성은 가족 간의 대화와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국인과 소통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이주여성이 자국인 친구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가정이 많으며 한국 사람을 만나야 한국말을 빨리 배운다는 이유, 또는 밖에 나가서 나쁜 친구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등의 제한으로 다문화센터 등 한국어 교육이나 자조모임 등에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세번째로 성역할과 가족구조문제이다. 대부분의 한국 남편의 경우 가사노동의 거의 전부를 이주여성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는데 가족의 구조에서 나타나는 성역할이 불평등할수록 가족 간 갈등이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단일민족전통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나라로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다문화에 대한 배타성이 존재한다. 사회통합의 정책 역시 결혼이주민의 적응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에 무조건적으로 신속히 동화되길 바라는 정책이 주를 이룬다. 급속히 진행된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은 무분별하게 중복적이고 시혜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결혼이주여성의 현실이 안정되거나 삶의 질이 개선되기도 전에 다문화 반대의 운동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이상적인 다민족 국가로 알려진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의 경우 다민족 국가의 구조적 형태를 추구하지만 다문화주의와 사회통합주의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그들 국가들의 경험과 갈등을 교훈삼아야 하며, 다문화주의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추구하지만 분열과 갈등을 유발시키며, 자국민들과의 사회통합과 경제적인 면에서 취약한 면이 국가자원으로도 보충이 균형있게 보완이 되지 못하면서 국가시책의 사각지대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배달의 민족과 단일민족의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국가이지만, 이제는 여러 언어와 다양한 문화 속에서 다민족국가, 다문화 국가로 변화됨에 있어 사회적인 혼란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문화지체 현상인 다양한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지금의 겪고 있는 사회변화 속도에 걸 맞는 준비된 다문화 국가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이는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이 피할 수 없는 추세인 글로벌 지구촌 사회에서 상당히 불리한 측면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준비와 노력이 강구돼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용인하며 문화 간의 우열관계가 아닌 상호존중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상적이고 규범적인 다문화주의를 공감대 형성과정을 거쳐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야 한다.
권명희 목원대 학점은행제 학과주임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