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석 메시야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
2006년 무렵 국내 음악계가 가짜 석·박사 학위 파문으로 뒤집힌 적이 있고 난 뒤에 한동안 조용하더니 요즘에는 독일, 이탈리아 등 외국음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어느 음대 수석 졸업 또는 무슨 상을 받았다거나 어느 교수로부터 극찬을 받았다고 하고 프로필에 여러 외국음대를 졸업했다며 자랑한다.
그렇다면 유럽 등의 외국음대를 빨리 다녀도 3~5년 이상, 즉 2년은 제1단계로 전문 학사 학위를 취득해야 하며 3년은 제2단계로 석사학위 총 300학점을 취득한 후 논문이 통과돼야 졸업할 수 있다. 무려 10년∼15년 이상을 외국에서 공부했다는 셈인데, 이 기간에 공부했다면 웬만해선 외국 음악 단체에 그 재능을 인정받아 이미 국제적으로 활동이 가능할 거고 국내 음악계에도 널리 알려져서 음악 재능을 인정받는 음악가가 됐을 터인데 귀국 후 서울이나 대도시권 단체로부터 위촉받지도 못하고 겨우 지방의 민간단체에서만 간헐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보다 한술 더 떠서 일반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국내외 대학을 졸업하고 더러는 한두 학기 강사로 있었던 경력으로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고 자칭하며, 교수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한 번의 강사경력이 영원한 교수가 될 수 있을까?
버젓이 교수 또는 지휘자의 흉내만을 내면서 무게를 잡고 다니는 것을 보면 참 기가 차기도 한다. 정규대학 석박사학위를 받고도 교수로 취업하기도 힘든데 교수라는 직위가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닐진대…. 이러한 자들은 빈 수레가 요란하듯 자신을 과잉 포장하기 위해 그들의 경쟁대상자들을 비방하거나 모욕하거나 실력이 어쩌고저쩌고 등의 온갖 소문을 내면서 오로지 그들만이 실력 있는 자인 양 포장한다.
한때는 이런 자들이 2006년에 이어 2007년도에도 시립단체에서 학사나 석·박사 학력 위조 사실에 잇따라 거짓 행각이 드러나 온통 시끄러운 적도 있었다. 그까짓 뻥튀기 해서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혼자만의 허상의 교수 또는 지휘자 직함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들은 가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사명칭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박사학위가 문교부 장관이 교육법 시행령 제125조 규정에 따라 등록된 자에게만 부여하기 때문에 박사명칭의 사용은 못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듯 왜 그것이 그들의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할까? 결국, 관객들을 속이고 기만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의 음악적 행위는 거짓된 예술적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관객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박수를 치는 것인지… 더구나 알면서도 앙코르를 부르짖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가짜 명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각기 살아있는 소중한 인격체이므로 보편적 진실과 가치를 지녀야 하지 않을까. 특히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하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예술가라면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가짜로 살고 싶지 않아 나쁜 장애인이 됐다"라는 모 국장과 같은 사람이 존경받고 소중히 여기는 우리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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